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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왜 홈플러스를 살리기로 했을까: 회생계획 인가와 MBK 10년의 재무 복기

청산가치 3.7조 vs 계속기업가치 2.5조였는데 회생계획이 인가됐다. 청산가치 보장 원칙의 실제 의미, RCPS 재분류와 토지 재평가가 만든 자본 착시, LBO 구조와 채무자 회생법 251조까지 정리했습니다.

2025년 3월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1년 반 만에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직전까지 법원은 회사를 계속 굴리는 것보다 지금 닫고 파는 것이 1조 2천억 이득이라며 회생 폐지 결정까지 내렸다. 그런데 같은 사건 안에 회생, 폐지, 부활, 재인가가 모두 들어 있다. 회생절차, 감사의견, 자본의 착시,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세일즈 앤 리스백까지 하나의 사건에 담긴 내용을 재무제표로 복기한다.

법원은 왜 홈플러스를 살리기로 했을까 | MBK 10년의 재무제표

핵심 요약

  1. 인가는 스위치다: 채무자 회생법 246조에 따라 인가 결정이 내려진 9월 2일부터 회생계획이 즉시 효력을 발생한다. 251조에 따라 회생채권·담보권의 책임이 면제되고, 기존 주주의 지분권은 소멸한다(기존 홈플러스 주식 전량 무상소각).
  2. 청산가치 보장 원칙의 오해: 회사 전체 계속기업가치(2.5조)가 청산가치(3.7조)보다 낮아도 인가는 가능하다. 원칙은 각 단계의 채권자가 회생계획에 따라 받는 금액이 청산 시 받을 금액보다 적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번에 회생담보권자 100%, 회생채권자 75.9%, 주주 100% 동의가 충족됐다.
  3. 자본 증가의 착시: 27기 자본총계가 2,600억에서 1.4조로 늘어난 것은 영업이 아니라 RCPS 1조 1,500억의 자본 재분류와 토지 재평가 이익 7,700억 때문이었다. 28기에는 재평가 손실 2,700억과 적자로 다시 2,300억 수준까지 하락, 부채비율 약 3,000%.
  4. 세일즈 앤 리스백의 누적: 2015년 MBK의 7.2조 LBO 인수(자본 2.4조 + 인수금융 4.3조) 이후 10년간 전포 매각 후 재임차가 반복됐고, 그 결과 리스부채가 27기 3.45조, 28기 2.68조 남았다.
  5. MBK 손실의 주체 구분: 홈플러스 투자 손실, 펀드 출자자(LP)의 손익, 운용사의 보수 수입은 별개다. 국민연금은 MBK 3-2호에 1,500억 출자 후 3,400억을 회수했다는 보도(포트폴리오 합산 결과)도 있다.

상세 정리

인가가 의미하는 것: 246조와 251조

회생계획 인가는 회생계획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스위치다. 채무자 회생법 246조에 따라 인가 결정이 내려진 날부터 채권자의 권리 내용이 회생계획대로 바뀌기 시작한다. 확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인가와 함께 벌어지는 변화는 네 가지다. 251조에 따라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대한 책임이 면제된다. 252조에 따라 채권자·담보권자·주주의 권리가 회생계획대로 변경된다. 인가 결정이 확정되면 회생채권자표 기재 내용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중지돼 있던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담보권 실행 경매 절차가 실효된다. 특히 251조의 “주주와 지분권자의 권리 소멸"이 기존 홈플러스 주식 전량 무상소각의 법적 근거다.

변제 순서는 공익채권이 가장 앞이고, 다음이 회생담보권, 회생채권이다. 기존 주주는 전량 소각되므로 남는 권리가 없다. 상환 재원은 전포 매각, 추가 차입, 구조조정이다.

청산가치 보장 원칙의 오해

계속기업가치 2조 5천억 vs 청산가치 3조 7천억이라는 숫자만 보면 “닫고 파는 게 이득"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채무자 회생법의 청산가치 보장 원칙은 회사 전체의 가치 비교가 아니다. 각 단계별 채권자가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받는 금액이 청산 시 받을 금액보다 적지 않아야 한다는 것, 단계별 비교가 골자다.

이번 회생계획에서 회생담보권자 100%, 회생채권자 75.9%, 주주 100%가 동의했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인가를 받았다고 회사가 살아난 것도 아니다. 인가는 시작이다. 인가 이후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회생절차는 다시 폐지될 수 있으며, 실제 종결은 변제가 시작된 뒤에나 가능하다. 덧붙여 인가는 재무제표에도 의미가 있다. 승인된 사업계획 부재로 미완성 상태였던 28기 재무제표가 이제 결산을 확정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재무 복기: 비용을 줄여도 손실이 커진 이유

홈플러스는 2월 결산 법인이다. 26기(23.324.2), 27기(24.325.2), 28기(25.3~26.2)의 흐름을 보면 매출은 6조 9천억, 6조 9천억, 5조 7천억으로 28기에 약 17% 감소했다. 매출이 극적으로 무너진 회사는 아니었다. 문제는 마진과 이자였다.

매출총이익률은 31%에서 30%, 28%로 하락했고 판관비율은 34%에서 35%, 37%로 상승했다. 영업이익률은 -2.9%에서 -4.5%, 28기에는 -9.4%까지 내려갔다. 흥미로운 지점은 판관비가 28기에 오히려 3천억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다. 급여, 퇴직급여충당부채, 수수료, 운반비, 광고선전비가 대부분 감소했다. 그런데 영업손실은 3,100억대에서 5,400억대로 2,300억 넘게 커졌다. 비용을 줄인 속도보다 매출총이익이 무너진 속도가 더 빨랐던 셈이다.

금융비용이 결정적이다. 3년간 영업손실 합계가 약 1조 600억인데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1조 1,600억에 육박한다. 장사에서 난 손실보다 빌린 돈의 이자가 더 컸다는 것이다.

리스부채와 현금흐름의 착시

리스부채는 26기 3조 8천억, 27기 3조 4천억, 28기 2조 6천억이 남아 있다. 배경은 세일즈 앤 리스백이다. 점포를 매각해서 다시 임차하는 거래를 반복하면서 매각 후에도 임차료 부담이 리스부채로 재무제표에 남은 것이다.

현금흐름에서 주의할 함정이 있다. 28기 영업현금흐름은 2,700억의 순유입이었다. 이것만 보면 영업이 괜찮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리스료 상환은 영업활동이 아니라 재무활동으로 분류되며, 28기 리스부채 상환으로만 약 4천억이 나갔다.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더 큰 유출이 있었던 것이다.

자본총계 증가의 실체: 재분류와 재평가

27기에 순손실이 나왔는데도 자본총계가 2,600억에서 1조 4천억으로 늘어난 것은 영업이 아니었다. 구성은 두 가지다. 첫째, 부채로 잡혀 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 1조 1,500억이 자본으로 재분류됐다. 25년 초 변경계약 합의서 체결로 상환 재량권을 회사가 보유하게 되면서 분류 기준이 바뀐 것인데, 이 일이 회생 신청 6일 전에 발생했다. 둘째, 토지 회계정책을 취득원가(역사적 원가)에서 재평가모형으로 변경하면서 발생한 재평가이익 약 7,700억이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됐다.

두 합계가 1조 9,300억이고 자본총계는 27기 1조 2,200억으로 늘어났다. 영업으로 벌어서가 아니라 부채의 자본 재분류와 토지 재평가라는 회계적 변화였다. 그리고 재평가모형은 계속 평가해야 하므로 28기에는 재평가 손실 2,700억이 기타포괄손실로, 단기손익에도 170억이 반영됐고 단기순손실 약 1조까지 겹치며 자본총계가 2,300억 수준까지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약 3,000%까지 올랐다.

유동성도 악화됐다. 현금성자산은 26기 1,500억, 27기 1,300억에서 28기 100억 원대까지 마르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조 8천억 초과한다. 감사의견은 26기 적정에서 27기와 28기 의견거절로 바뀌었고, 28기에는 경영진 서면진술서 미수령까지 거절 사유에 포함됐다. 26년 2월 말 기준의 숫자이며, 이후 회생차에서의 흔들림은 비상장사 특성상 분기 공시가 없어 주석, 법원 결정문, 관계인 집회, 언론보도를 종합해야 파악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 타임라인과 MBK의 개입

26년 3월부터 5월은 사업 축소가 본격화된 시기다. 5월 7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쇼핑에 양도했는데, 양도 대상 자산 약 3,100억에서 부채 1,700억을 빼면 순자산은 1,400~1,500억 수준인데 실제 양도가는 1,200억으로 장부가보다 약 260억 싸게 팔았다. 급하게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6월 23일 법원이 운영자금 2억 원 조달을 요구했고 이를 확보하지 못하며 7월 회생차 폐지 결정이 나왔다. 7월 13일 대형 전포가 임시휴업했다. 그런데 7월 들어 MBK의 연대보증이 공식화되고 메리츠(최대 선순위 채권자)와의 협상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바뀐다. 홈플러스가 7월 20일 즉시항고를 제출했고 다음 날 법원이 폐지 결정을 취소하며 회생계획 가결 기간을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8월 13일 정상영업 제기, 9월 2일 회생계획 인가. 폐지, 휴업, 보증, 취소, 재개, 인가의 롤러코스터였다.

2015년 LBO가 만든 10년의 구조

모든 사태의 출발점은 2015년이다. 영국 테스코가 아시아 자산을 정리하던 시기에 MBK 파트너스가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를 약 7조 2천억에 인수했다(국내 M&A 사상 최대). 인수 구조가 문제였다. 보도 기준 자기자본 약 2조 4천억에 인수금융 4조 3천억.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그 회사를 사는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구조였다.

인수 이후 10년간 반복된 것은 자산 매각으로 차입금을 막는 방식이었고, 매각 후에도 영업을 해야 하므로 같은 전포를 다시 임차하는 세일즈 앤 리스백이 반복됐다. 그 결과가 수조 단위의 리스부채로 재무제표에 남은 것이다.

MBK 손실의 주체를 나눠야 한다

회생계획 인가로 절차대로 진행되면 홈플러스는 파산과 청산을 피하며 채무를 상당 부분 정리할 수 있다. 반면 MBK의 투자금 2조 5천억은 전액 무상소각으로 1원도 회수되지 않는다(공식 입장). 여기에 김병주 회장 사재 1천억 출연, 7월 긴급 운영자금 2억 연대보증까지 더해지면 MBK 측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

그러나 “MBK가 투자금을 이미 회수했다"는 비판과 “회수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주체를 나눠 봐야 한다. 차입금 상환과 주주의 투자금 회수는 명확히 구분된다. 영업 현금으로 인수차입금을 상환했다면 돈을 받은 쪽은 금융기관이고, 그것이 MBK나 LP 출자자에게 원금과 배당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 없다. 주주의 실제 회수액은 배당, 유상감자, 지분 매각 등으로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사모펀드 투자 원금의 상당 부분은 운용사인 MBK 자체 자금이 아니라 뒤의 LP(연기금 등 출자자)의 돈이다. 홈플러스에서 손실이 나도 같은 펀드 안의 다른 투자에서 수익이 나면 LP는 펀드 전체로 이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MBK 3-2호 펀드에 1,500억을 출자해 3,400억을 회수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이는 홈플러스 한 회사에서의 회수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합산 결과다. 운용사의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도 별도다(메리츠는 해당 펀드 운용 보수를 약 1조 2천억으로 추정했지만 메리츠 측 추산이다).

홈플러스 자본변동표에서 배당 지급 항목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주석상 지배기업(한국리테일투자)의 RCPS 상환액이 2022~2024년까지 매년 약 350억, 3년 합계 약 1억 원 수준(자막 표기 기준)으로 배당과는 다른 명목의 지급이 있었고, 2024년 특수관계자 거래로 한국리테일투자에 대한 기타 비용 약 1,200억이 집계돼 있다(회계상 인식 비용이며 실제 현금 지급 여부는 별도 확인 필요). 결론은 홈플러스 투자 손실, LP의 손익, 운용사의 보수 수입은 다 따로 나눠 봐야 하며, 한 줄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

남겨진 네 가지 과제

회생계획 인가는 정상화가 아니라 시작이다. 남은 과제는 네 가지다.

  1. 채무 변제: 미지급 납품대금(공익채권, 상거래채권 약 5천억)이 있고 분할 상환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자들의 대응에 따라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2. 자산 매각: 2028년 2월까지 폐점 대상 19개 점포 전포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며, 메리츠 선순위 채권 1조 3천억을 꺼줘야 한다. 현재 부동산 유동성 상황에서 매각가가 관건이다
  3. 영업 회복: 전포 104개에서 67개로, 인력 1만 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규모로 2030년 매출 4조 3천억, 영업이익 1,600억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4. 재매각: 회생계획 전 매각에는 인수의향서를 낸 곳이 없었다. 재무 구조와 영업이 개선되어야 관심 매수자가 나타난다

인가는 정상화가 아니라 시작이며, 이행과 자산 상황은 모두 다음 기수 감사보고서에 담긴다.

보는 포인트

  • 청산가치 보장 원칙의 정확한 의미: 회사 전체 가치 비교가 아니라 채권자 단계별 비교라는 법리
  • 자본총계 증가의 착시: RCPS 재분류와 토지 재평가이익이 만든 1.4조. 재평가모형의 양날(이익 후 손실 반영)
  • 영업현금흐름의 함정: 리스료 상환이 재무활동으로 분류되는 회계 처리가 현금흐름 판단을 왜곡하는 사례
  • LBO의 10년 궤적: 인수금융 4.3조의 이자가 영업손실(1조 600억)보다 컸다는 숫자
  • 사모펀드 손익의 주체 분해: 투자 손실, LP 손익, 운용사 보수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프레임

원본 정보

  • 채널: 대신TV
  • 게시일: 2026-09-28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k7pMqvKxVX0
  • 길이: 약 25분 · 조회수 약 1.9만 회 (2026-09 기준)
  • 유의: 수치는 영상 자막 기반이라 일부 오차 가능. 일부 항목(출연자 발언의 1억 원 집계 등)은 자막 표기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