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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숨겨진 피검사, CRP: 이승훈 교수의 만성염증 의학 드라마

서울대병원 이승훈 교수가 CRP와 만성염증의 의학사를 정리했습니다. 폴 리드커의 1997년 연구와 hsCRP 검사가 탄생한 비화를 다룹니다.

중년에게 제일 무서운 건 심혈관계 질환이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지식 언더스탠딩’ 의학 언더스탠딩에 출연한 이승훈 교수(서울대, 동맥경화 전공, 『착한 염증, 나쁜 염증』 저자)의 진단은 한 걸음 더 들어간다. 혈압·당뇨보다 더 중요하고 위험한 게 만성 염증이다. 문제는 이 염증이 몸을 지키려다 몸을 망가뜨린다는 점이다.

30년 숨겨진 피검사 의학계 충격 막장 드라마 (서울대병원 이승훈 교수)

핵심 요약

  1. 염증은 원래 나쁘려고 한 게 아니다: 염증은 외부 물질이 들어오면 몸을 보호하려고 싸우는 과정에서 생긴다. 너무 열심히 일하는 ‘열혈 직원’이라서 문제다.
  2. 만성 염증의 대표 사례는 동맥경화: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들어오면 대식세포가 잡아먹는데, 계속 들어오니 싸우다 터지고 쌓이기를 반복한다. 수년~수십 년 키워놓고 어느 날 방아쇠가 당겨지면 심근경색·뇌경색이 된다.
  3. 신호가 오지 않는다: 만성 염증은 대부분 무증상이다. 혈관이 좁아지는 걸 느낄 수 없고, 몸이 안 좋은 이유가 너무 많아 특정할 수도 없다.
  4. 과잉 방어가 병을 만든다: 방어 능력이 떨어져서 병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염증처럼 방어가 너무 강해서 몸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5. 네 가지 조기 지표: 130/80 혈압, 당화혈색소 6.0%, 허리둘레(남 90·여 85cm), hsCRP 0.2mg/L 초과. 고혈압·당뇨·비만의 전 단계에서 미리 보는 신호다. (0.2 기준은 이승훈 교수가 제시한 엄격한 기준으로, 일반적인 심혈관 위험 분류에서는 1mg/L 미만을 저위험으로 본다.)
  6. hsCRP를 알아낸 폴 리드커: 하버드 의대 교수 폴 리드커가 1997년 NEJM에 발표한 연구에서 CRP가 높으면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이 4배라는 걸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hsCRP 검사의 출발점이다.

상세 정리

착한 염증, 나쁜 염증

염증의 근본 기전은 몸을 지키는 것이다. 뭐가 들어오면 와서 죽이고 싸우면서 염증이 생긴다. 문제는 염증이 “너무 열혈 청년이고 앞만 보는, 너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점이다. 회사의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임무만 하다 회사를 망가뜨릴 수 있다.

만성 염증이 꼭 다 나쁜 건 아니다. 치료 과정 중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자극하는 물질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니 계속 치료하는 과정에서 정상 조직의 손상이 수년간 지속되면 문제가 된다. 이 교수의 전공인 동맥경화가 대표 사례다.

동맥경화는 수십 년짜리 만성 염증

혈액의 콜레스테롤이 혈관벽 안으로 들어가면, 혈관벽 입장에서 콜레스테롤은 원하지 않는 물질이라 대식세포가 잡아먹는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이 계속 들어오니 잡아먹고 싸우다 대식세포가 지기도 하고, 터지면서 콜레스테롤이 쌓인다. 옆에서 또 와서 잡아먹는 과정이 반복되며 동맥경화가 부풀어 오르다가 어느 날 뻥 터지면 혈전이 크게 생긴다. 그게 뇌경색·심근경색이다.

수년 수십 년 동안 천천히 키워놓고 어느 날 갑자기 방아쇠가 당겨지는 구조다.

왜 신호가 안 오는가

이게 오늘의 주제인데, 신호가 안 온다. 만성 염증의 수많은 과정이 사람을 괴롭게 만들지 않는다.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수는 있지만, 그럴 이유가 하루에 너무 많아서 만성 염증 때문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 대부분 무증상이다.

혈관이 좁아지는데 혈액이 못 들어갈 것 같지 않나? 결국은 가니까 장기가 살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 혈관이 좁아지는 걸 느낄 수 없다. 그러다 어느 날 확 막히면서 뇌경색·심근경색이 생긴다.

방어 시스템의 역설

축구 경기에 비유한 교수의 그림이 있다. 몸을 공격하는 인자(자극)와 방어 시스템이 있고,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질병 위험을 최소로 줄인다. 대개는 방어 능력이 떨어져서 병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방어 능력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몸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급성 염증은 강력한 자극원이 갑자기 생겼으니 어쩔 수 없는 과잉 반응이다. 뇌출혈 때 주변 염증이 더 심해서 뇌가 죽는 게 예다. 만성 염증은 자극원이 조금씩 계속 들어오니 과잉 반응하기 애매한데, 수년에 걸쳐 계속되다 보니 적응된 조직이 변하고 흉터가 생긴다. 자가면역질환처럼 스스로의 면역세포가 자기 몸을 공격하는 병도 이 범주다.

네 가지 조기 지표

심근경색·뇌졸중·암이 생기기 전에,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염증을 알 방법은 사실상 없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가장 좋은 네 가지 지표를 교수는 이렇게 정리했다.

  1. 혈압 130/80: 고혈압 기준은 140/90이지만, 130/80만 넘어도 혈관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2. 당화혈색소 6.0%: 당뇨 기준은 6.5%지만, 6.0%만 넘어도 염증이 있다고 이해한다.
  3. 허리둘레 남 90·여 85cm: 체질량지수가 부정확하니 뱃살 기준으로 본다. 배꼽 주변을 재서 넘으면 내장지방이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4. hsCRP 0.2mg/L 초과: 교수가 제시한 엄격한 기준으로는 평상시 0.2 이하여야 하는데, 넘게 나오면 어디선가, 특히 혈관 쪽에서 염증이 진행되는 지표다.

앞의 셋은 고혈압·당뇨·비만의 전 단계를 미리 보는 것이고, hsCRP는 혈액 검사로 확인하는 직접 지표다.

CRP라는 단백질의 발견사

CRP(C-반응 단백)는 1930년대에 발견됐다. 간이 염증이 생기면 확 만들어내는 단백질로, 감염이 생기면 면역세포를 도와주는 옵소닌 역할을 한다. 투구게에도 있는 펜트락신 패밀리라 진화적으로 오래 보존된 단백질이다. 그런데 치료 타깃으로는 재미를 못 봤다.

재미있는 건 수치의 움직임이다. 정상치는 0.2 이하인데 감기만 걸려도 10까지 올라간다. 의학에서 ‘급성기 반응 물질’이라 부르는, 큰 사고가 났을 때 팍 올라가는 단백질의 대표주자다.

그런데 대식세포나 호중구 수치를 재지 않고 왜 CRP를 잴까? 대식세포는 조직에 있어서 조직 검사를 해야 알 수 있고, 호중구는 사람마다 편차가 커서 기저치를 알 수 없다. 반면 CRP는 평상시엔 없다가 아프면 빡 올라오니 표준화가 잘 된 지표다. 진단용으로는 훌륭하지만 치료용은 아니었다.

폴 리드커, 1997년 NEJM 데뷔

여기서 하버드 의대 교수 폴 리드커가 등장한다.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심혈관 질환 센터장, 심근경색 연구의 슈퍼스타다. 1997년, 그는 남성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피지션스 헬스 스터디(Physicians’ Health Study)의 혈액 샘플에서 CRP 수치를 추적했다. 다른 요인을 다 보정해도 CRP가 높으면 심근경색·뇌졸중 발생 비율이 4배나 올라간다는 걸 세계 최초로 증명했고, 아스피린을 먹으면 그 위험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까지 보였다. NEJM 1저자로, 의학계로 치면 빌보드 차트 1위로 데뷔한 셈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는 1998년과 2000년의 후속 연구로 이어졌다.)

보는 포인트

  • 염증의 역설: 지키려다 망가뜨리는 과잉 방어
  • 동맥경화의 메커니즘: 대식세포와 콜레스테롤의 수십 년 전쟁
  • 무증상의 함정: 신호가 오지 않는 이유
  • 네 가지 조기 지표(130/80·당화혈색소 6.0%·허리둘레·hsCRP 0.2)
  • 폴 리드커의 1997년 NEJM 연구와 hsCRP 검사의 탄생

원본 정보

  • 채널: 세상의 모든 지식 언더스탠딩(의학 언더스탠딩)
  • 게시일: 2026-08-30, 길이 1:18:09, 조회수 1,378,534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V4twypGPlQ
  • 출연: 이승훈 교수(서울대, 동맥경화 전공, 『착한 염증, 나쁜 염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