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를 한국보다 많이 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슬리퍼를 신고 싸운다는 후티를 수년 공습으로도 제압하지 못했다. 언더스탠딩이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박현도 교수와 나눈 대화의 핵심은 단순하다. 후티(안사룰라)는 이란이 하라면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독자 결정권과 인구·영토·미사일·드론 역량을 갖춘 사실상의 국가급 세력이라는 것. 호르무즈 전선이 막힌 지금 후티의 사우디·홍해 압박은 이란을 돕는 동시에 자기 이익과도 맞물린다.
국방비 100조 사우디 슬리퍼 신은 후티 못 이긴다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박현도 교수) ※2026년 9월 29일 방송입니다
핵심 요약
- 후티 ≠ 이란 꼭두각시: 이란은 무기·지원을 주지만 명령으로 움직이진 못한다. 헤즈볼라조차 완전한 하급이 아니며, 후티는 시아파 안에서도 자이드파로 이란·헤즈볼라와 분파가 다르다.
- 예멘 내전의 긴 배경: 남북 예멘 통일(1990) 이후 북부 자이드 시아파 소외, 사우디의 수니 영향력 확대, 2003년 이라크전이 부른 반미, 아랍의 봄과 2014년 보조금 삭감이 겹치며 후티가 수도 사나를 장악했다. 2015년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 공습이 시작됐지만 2022년 휴전 때까지 후티를 제거하지 못했다.
- 공습만으로는 안 된다: 험준한 지형과 강한 전투력 때문에 지상군 투입 없이 승리가 어렵고, 사우디는 왕정 특성상 군대를 과도하게 키우기 어렵다. 80km만 들어가면 끝이라는 낙관은 반복해서 깨졌다.
- 사실상 국가급 세력: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부는 아니지만 주요 인구 밀집지와 홍해 연안(모카 항, 바브엘만데브 인근 페림섬 등)을 장악하고, 장거리 드론·미사일로 사우디 석유시설까지 때릴 역량이 있다.
- 지금 왜 사우디인가: 이란이 전선 확대를 경고한 뒤 후티가 사우디를 압박한다. 미국·이스라엘과는 상호 자제에 가깝고, 사우디 석유 수출·홍해 물류를 흔들어 유가와 이란 협상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상세 정리
후티는 누구인가
바깥에서는 후티를 이란의 프록시로 묶기 쉽지만, 박 교수의 설명은 반대에 가깝다. 이란이 헤즈볼라·후티에 무기를 지원해도 작전 결정권은 현지에 있다. 이란이 가장 공을 들이는 헤즈볼라조차 최근 충돌에서 이란이 뒤로 빠진 데 불만이 있을 정도로 자율성이 있다. 후티는 시아파 중 자이드파로, 이란·헤즈볼라가 속한 분파와 다르고 수니에 더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름도 중요하다. 외부·언론은 후티라 부르지만, 스스로의 공식 명칭은 안사룰라(Allah의 조력자)다. 후티는 운동을 시작한 인물(바드르 알딘 후티 가문, 후세인·압둘말리크 후티 등)의 성에서 온 호칭이다. 슬로건은 알라의 위대함과 이슬람의 승리 사이에 미국·이스라엘·유대인에 대한 적대를 넣는 반미·반이스라엘 구호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미국·이스라엘을 직접 때리기보다 사우디를 압박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일종의 상호 자제, 신사협정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예멘이 복잡해진 역사
예멘은 오스만·영국의 남북 분할을 거쳐 북예멘 공화국과 남예멘(사회주의)으로 갈라졌다가 1990년 통일했다. 남쪽은 통일 후 소외감을 느껴 1994년 분리 시도를 했다가 진압됐고, 북쪽 사다 지역의 자이드 시아파도 사우디발 수니 원리주의 영향과 정치 배제에 반발했다. 1994년경 후티 가문이 청년 신앙 운동을 시작했고,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침공이 반미 감정을 폭발시키며 2004년 후세인 후티 사망 이후 무장 저항이 본격화했다.
아랍의 봄으로 살레 대통령이 2012년 권좌에서 내려온 뒤, 후티·남부 세력·과도정부 하디 사이에 국가 재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다. 2014년 연료 보조금 삭감이 기폭제가 되어 후티와 남부 불만 세력이 결합하고, 후티가 사나를 장악했다. 하디는 아덴으로 탈출했다가 사우디로 피신했고, 2015년 3월 사우디·UAE 등 연합군의 대규모 공습이 시작됐다. 금방 끝날 전쟁이라던 개입은 수년간 이어졌고, 2022년 즈음 휴전에 이른다.
사우디는 왜 못 이겼나
사우디가 예멘에 개입한 동기는 이란 우호 세력이 국경 남쪽에 자리 잡는 것을 막는 데 있다. 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영향권에 예멘까지 더해지면 사우디가 포위된다는 위기감이다. 문제는 수단이다. 공습만으로는 후티를 굴복시키기 어렵고, 결국 지상군이 필요한데 예멘 북부 지형은 지옥에 가깝다. 국경에서 80km만 들어가면 끝이라는 낙관은 반복해서 낭패로 끝났고, 사우디 입장에서 목숨을 대량으로 갈아 넣을 전쟁도 아니다.
여기에 왕정의 구조적 딜레마가 겹친다. 이집트·시리아·이라크처럼 군대가 커지면 쿠데타로 왕정이 무너진 중동 사례가 많아, 사우디도 군대를 과도하게 키우기보다 외부 안보에 의존하는 유인이 있다. 동생(국방)에게 후티 하나 못 처리하느냐는 압박과, 왜 건드렸느냐는 내부 불만이 동시에 나온다는 해석이다. 미국 역시 후티를 장기간 폭격하다 휴전한 전례가 있어, 공습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대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후티의 군사력과 지정학
후티를 소규모 반군으로 보면 오판이다. 국제사회가 정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아 반군으로 불리지만, 북예멘 중심의 인구 밀집지와 홍해 연안을 장악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지배지역 인구를 약 2,500만~2,800만 명 규모로 추정하며 사실상 국가에 가깝다고 본다. 모카 항과 바브엘만데브(눈물의 문) 입구의 페림섬을 장악하면 홍해를 오가는 선박을 더 가까이서 압박할 수 있다. 2019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처럼 장거리 드론·미사일 운용 능력도 갖췄고, 이란 지원이 중요하지만 조립·운용은 후티 자체 역량도 크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면에서 이란 쪽은 전선을 호르무즈 밖으로 넓히겠다고 경고했고, 그 확장의 1차 후보가 후티가 있는 홍해·사우디 방향이다. 후티는 미국과는 상호 비공격을 전제로 한 듯한 자제를 보이면서 사우디 항구·석유 수출을 압박한다. 사우디의 MBS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해도 호르무즈에 손이 묶인 미국이 쉽게 나서지 못하거나, 개입을 준비하다 철회하는 장면이 반복된다는 관찰이 나온다. 석유·물류가 흔들리면 유가가 자극되고, 이란의 협상 카드에도 힘이 실린다.
호르무즈와 맞물린 그림
이란은 호르무즈를 조건 없이 열지 않으려 한다. 최후 카드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단, 동결 자금 해제, 석유 수출 재개, 제재 해제 같은 조건을 걸고 먼저 풀어 주면 미국이 약속을 어길 수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후티의 사우디 공격은 그 교착 속에서 이란을 돕고 자기 존재감도 키우는 행동으로 읽힌다. 사우디가 후티를 군사적으로 일망타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미국도 확전을 꺼리는 한 후티는 중동에서 건드리기 어려운 세력으로 남는다.
보는 포인트
- 프록시 프레임을 깨는 후티의 자율성·분파 차이
- 공습 vs 지상군, 왕정의 군대 키우기 딜레마
- 반군 호칭과 실제 통제 영토·인구·미사일 역량의 괴리
- 모카·바브엘만데브·페림섬이 홍해 물류에 갖는 의미
- 호르무즈 교착과 사우디 압박이 유가·협상에 주는 연쇄
원본 정보
- 채널: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 게시일: 2026-09-29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06WBAmMpy0
- 길이: 약 68분 · 조회수 약 8.8만 회 (2026-09-29 수집)
- 출연: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박현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