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균수의 경제사용설명서의 이슈잡썰 코너. 스위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룹니다: UBS는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 정부가 자꾸 규제에 나서고, 그러자 UBS는 스위스에서 본사를 빼 갈 수도 있다며 맞서는 상태. 문제의 뿌리는 크레디트 스위스를 인수하면서 은행 하나가 국가 GDP보다 커져버린 데 있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를 삼킨 UBS… 이제 스위스 정부가 두려워하는 것
핵심 요약
- UBS가 너무 커졌다. 총자산 1조 7천억 달러. 한국 4대 은행을 다 합쳐도 근소하게 비교될 규모인데, 스위스 국가 전체 명목 GDP는 1조 달러도 안 됩니다. 나라보다 큰 은행.
- 대마불사의 딜레마. UBS가 흔들리면 스위스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립니다. 그런데 너무 커서 정부가 세금으로 살리는 것조차 어려운 수준에 도달, “미리 보험을 쌓으라"는 규제가 시작됐습니다.
- 크레디트 스위스의 몰락은 아크고스 사태부터. 빌 황의 패밀리 오피스가 TRS로 포지션을 숨기며 레버리지를 극단적으로 쓴 결과, 총 익스포저 1,6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의 펀드가 붕괴했고 크레디트 스위스가 55억 달러(약 7조 원) 손실을 떠안었습니다.
- 뱅크런의 방아쇠는 최대 주주였다. 2023년 SVB 파산 여파 속에, 최대 주주 사우디내셔널뱅크 회장이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추가 자본 투입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서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 지금 싸움은 CET1 자본 규제. 정부는 약 20조 원 규모의 추가 자본 축당을 요구하는 입법을 준비 중이고, UBS는 “사고 친 것도 없고, 자본 묶이면 경쟁력이 없다, 하려면 JP모건 같은 글로벌 은행들과 다 같이 하라"며 반대합니다.
배경: 나라보다 큰 은행
스위스 하면 알프스와 시계만 떠올리기 쉽지만, 세계 부자들의 돈을 맡기는 금융 산업이 이 나라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최근 스위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스위스 제1의 은행인 UBS를 자꾸 압박하는데, UBS 입장에서는 최근에 잘못한 게 없다는 것.
원래 스위스에는 큰 은행이 둘 있었습니다. UBS와 크레디트 스위스. 크레디트 스위스가 몇 년 전 망하면서 UBS에 인수됐고, UBS는 한 몸이 되며 더 커졌습니다. 현재 UBS 총자산은 1조 7천억 달러. 한국은 신한·국민 등 4~5대 은행이 각각 500조 원 안팎인데, 4대 은행을 전부 합쳐도 UBS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규모입니다.
문제는 스위스 국가 전체 명목 GDP가 1조 달러도 안 된다는 점. 그 나라에 있는 은행 하나가 그 나라보다 큰 상태가 된 것입니다.
대마불사의 딜레마
은행이 크다는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는 은행이 사고 치면 국가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죠. 이른바 ‘대마불사’, 투빅투페일(too big to fail) 구조입니다.
은행들은 서로 보증을 쓰고 돈을 빌려주는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어서, 큰 은행 하나가 망하면 연쇄 부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은행이 망하기 직전에 국가가 세금을 투입해 살립니다. 안 살렸다가 옆 은행까지 연쇄 도미노가 넘어갈까 봐요.
그런데 UBS는 그마저 너무 큽니다. 살리고 말고의 문제를 넘어, UBS 구조조정을 하려다 스위스 국가가 흔들릴 수 있는 레벨에 이르렀다는 것. 그래서 지금부터 미리 걱정하며 규제를 시작하는 겁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왜 망했나 (1): 아크고스 사태
TRS의 작동 방식
2021년 아크고스 사태가 크레디트 스위스의 대표적인 상처입니다. 빌 황(한국계 미국인)의 패밀리 오피스인 아크고스가 터진 사건이죠.
영상에서는 TRS(토탈 리턴 스왑)를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1조 원을 굴리는 투자자가 삼성전자 2조 원을 사고 싶다면, 증권사에 가서 “내가 시키는 대로 주문해 줘"라는 계약을 맺습니다. 그러면 전산상에는 투자자가 아니라 증권사가 2조 원을 산 것으로 기록됩니다. 손실이 나면 투자자가 그 금액을 증권사에 정산하고, 수익이 나면 증권사 계좌에서 받아가는, 사실상 대리 거래 구조죠.
이 구조의 매력은 두 가지입니다. 포지션을 숨길 수 있고, 레버리지를 쓸 수 있다는 것. 증거금을 10~15%만 예치해도 명목 금액 전체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20배 수익과 200조 원의 붕괴
빌 황은 증권사 한두 곳이 아니라 여섯 일곱 군데서 각각 TRS 약정을 맺어 포지션을 숨기고 레버리지를 극단적으로 썼습니다. 결과적으로:
- 자기 자본 16억 달러로 시작해 1년 만에 펀드 규모 360억 달러. 수익률로 치면 연 20배.
- 펀드가 붕괴되기 직전 총 익스포저(포지션)가 1,600억 달러, 약 200조 원.
- 2020년 3월 코로나 급락으로 비아콤 디스커버리 등 보유 종목들이 마진콜과 강제 매도에 부딪히면서 전 포지션이 동시에 터졌습니다.
증권사(프라임 브로커)들은 “빨리 팔아라"며 매도를 밀어붙였고, 그 덕에 주가는 더 폭락했습니다. 그리고 정산을 요구했지만 빌 황에게는 줄 돈이 없었습니다.
이 딜 하나로 크레디트 스위스가 약 55억 달러, 7조 원을 감당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이 던진 의문이 두 가지였습니다. 프라임 브로커들이 서로 정보 공유도 안 하냐는 것, 그리고 100년 넘는 역사의 글로벌 은행이 리스크 관리 하나에 이렇게 실패하냐는 것. 크레디트 스위스에 대한 신뢰는 여기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왜 망했나 (2): SVB와 뱅크런
2023년,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합니다. 미국 기준으로 큰 은행은 아니었지만 “금융위기가 다시 오는 거 아냐"는 공포가 퍼졌죠. 그리고 사람들은 떠올립니다. 스캔들과 예금 유출이 누적된 크레디트 스위스가 있지 않냐고.
뱅크런(은행 인출 사태)이 일어났습니다. “은행이 어렵다면 내일은 못 찾을지도 모른다"며 아침부터 돈을 빼러 달려가는 것.
이 뱅크런을 촉발한 가장 극적인 사건이 아이러니하게도 최대 주주의 발언이었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 지분 9.9%를 쥔 사우디내셔널뱅크(10%를 넘기면 은행법상 규제가 심해져 일부러 못 넘긴 비율)의 회장이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추가 자본 투입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한 것. 시장은 “최대 주주도 손절한다, 끝났다"고 읽었습니다.
영상은 여기에 단서를 답니다. 사우디내셔널뱅크가 처음부터 돈을 안 넣으려던 건 아니고, 은행법 규제 부담 때문에 10% 이상 지분 확대가 어려웠던 것에 가깝다는 해석입니다. 다만 일반 투자자 눈에는 최대 주주의 손절로만 보일 수밖에 없었죠.
인수 이후: 규제자와 은행의 신경전
크레디트 스위스를 삼킨 UBS는 이후 큰 사고를 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스위스 정부가 걱정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망할 때 낸 비용을 보면, UBS까지 휘청거리면 세금이 한두 푼이 아니고, 세금을 들여도 살린다는 보장이 없는 크기라는 것.
그래서 규제 카드가 나왔습니다. CET1(코어 자기자본 비율) 강화. 쉽게 말해 평소에 손실을 감당할 추가 자본을 쌓아두라는 요구입니다. 은행은 자기자본을 많이 쌓을수록 그 돈이 굴러가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에는 돈을 최대한 돌리는 쪽을 택합니다. 예금을 받아 대출해 주고 예대마진을 먹는 구조죠. 정부의 논리는 “사고 안 치는 거 알지만, 치면 어쩔 건데? 너무 커서 우리가 못 도와줄 수도 있으니 평소에 보험을 쌓아라"입니다. 요구 규모는 한 20조 원 정도.
UBS의 반박은 세 가지입니다.
- 우리는 사고를 친 게 없다. 무슨 크레디트 스위스냐는 것.
- 자본을 쌓으면 돈이 묶여 수익성이 떨어진다.
- 우리는 스위스 은행이 아니라 글로벌 은행이다. JP모건, 씨티은행 같은 경쟁자들에 비해 우리만 이런 강한 규제를 하면 “발에 족쇄를 채우고 달리라는 것"과 같다. 하려면 다 같이 하라는 것.
그리고 은행이 국가보다 커진 만큼, UBS는 “자꾸 이런 식이면 스위스에서 본사를 뽑아 갈 수도 있다"고 나옵니다. 나가면 안 되는 건 알지만, 나간다고 할 말이 없어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죠.
영상의 결론: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는 맞는 것 같은데 어디까지 규제해야 하는지는 애매하다. 완전히 규제된 건 아니고 입법 논의 단계라 은행 쪽의 반발이 극심하고, 앞으로 이 논쟁이 어떻게 풀리는지가 지켜볼 포인트입니다.
보는 포인트
- 나라 GDP보다 큰 은행이라는 통계가 만드는 규제 딜레마. too big to fail이 too big to save(살리기도 어려움)로 진화한 사례.
- TRS 설명 부분. 포지션 은닉 + 레버리지라는 구조가 어떻게 한 패밀리 오피스를 200조 원 규모로 부풀렸는지.
- 뱅크런이 ‘최대 주주 인터뷰’라는 단 한마디로 촉발될 수 있다는 신뢰의 취약성. 실제로는 규제상 지분 상한 때문이었다는 뒷이야기.
- CET1 규제 논쟁. 정부의 “보험 쌓으라"와 은행의 “경쟁력 논리” 중 누구 말이 맞는지 아직 답이 없다는 냉정한 마무리.
원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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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한균수의 경제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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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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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약 15분 · 조회수 약 1.4만 회 (2026-09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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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한균수 (윈인베스트먼트 대표, 금융투자분석사·투자자산운용사·금융상품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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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