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정리했듯 송나라는 주자학 이념, 과거제, 화폐 경제로 귀족 호족 카르텔을 해체하며 근대화에 도달했다. 문제는 질문의 방향이 바뀐다는 것이다. 그렇게 좋다는 중앙집권을 송나라보다 더 잘해놓은 청나라와 조선은 왜 망했나. 그리고 『중국화하는 일본』이 마지막으로 던지는 결론은 이것이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스템을 섞으면 최악이 된다.
(2부) 좋은 것만 섞었더니 나라 망했다 | 중국화하는 일본 | 남궁민 북칼럼니스트
핵심 요약
- 메이지 유신 = 천 년 늦은 송나라화: 1871년 폐번치현으로 번을 헐고 현을 세우며 반령이 시작됐고, 1894년 고등문관시험으로 관료 시험이 도입됐다. 유신 지사들은 칼 든 무사가 아니라 성리학을 공부한 유생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 중앙집권은 시한부다: 첫 세대가 성공하면 그 자녀들이 룰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시스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한다. 기득권은 가치중립적 단어다.
- 청나라는 새로움이 없어서 개혁할 수 없었다: 볼테르가 청의 관료제를 칭송할 정도로 선진적이었고, 조선에 고등문관시험을 가져가면 “이미 하고 있는데"가 답이었다. 뒤늦게 시작한 일본만 시스템을 통째로 부술 명분이 있었다.
- 일본의 역동성 상실: 평생고용은 대기업 다이묘화고, 15대째 우동 가게는 그것만 해도 되는 사회라는 증거다. 유교의 “누구든 성인이 된다"는 명제는 모든 불행을 무능 탓으로 돌리는 잔인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 신자유주의는 송나라화의 부활이다: 덩샤오핑(1979), 레이건과 대처, 고이즈미까지. 천 년짜리 중앙집권 대 분권 다툼의 한 흐름으로 재해석된다.
- 두 시스템을 섞으면 최악: 전국 단위 경제에 거주 이전 제한, 전국민 경쟁에 특정 이익만 보호(타다 금지법), 경쟁 입시에 지역 할당. 책의 결론은 노선을 명확히 하라는 것.
상세 정리
메이지 유신, 그리고 그것이 말하는 것
일본은 막번제 시스템을 오래 유지해왔고, 그것을 깬 것이 메이지 유신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1871년 폐번치현으로 번을 없애고 현을 설치하면서 중앙이 지사를 파견하는 반령이 시작됐고, 1894년에는 고등문관시험이 도입됐다. 상투 자르기와 사무라이의 칼 내려놓기만이 유신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근대화(송나라화)가 본질이었다는 것.
서울대 박훈 교수의 책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가 여기에 참고로 얹힌다. 유신 지사들을 하급 무사로만 알았지만 사실은 성리학을 공부한 유생들이었고, 성리학 체제 안에서 막부라는 족보 없는 시스템은 정당성이 없다. 성리학에 깨우친 하급 무사들이 성리학 기반 근대국가를 만든 것이 메이지 유신이라는 논지다.
중앙집권이 이루어지는 순간 각지 토후들이 낭비하던 에너지가 국가 차원에 모이면서 일본은 급성장했다. 헬스 초보자가 몇 달 만에 벤치프레스를 두 세 배로 늘리는 것은 근육이 아니라 힘을 모으는 신경이 발달하기 때문이라는 비유로, 분산된 권력이 하나로 모일 때의 점프를 설명한다.
중앙집권의 시한부성
이 시스템은 관리가 필요하다. 군대 생활을 해본 사람들이 말하는 “닫고 조이고 기름치자"처럼, 중앙집권화는 끊임없는 개편을 요구한다. 첫 세대가 성공하면 그 자녀들이 자원을 독점하고 룰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은 퇴화·부패한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기득권의 의미다. 기득권은 가치중립적 단어다. 이미 득한 권리라는 뜻이고, 그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도 할 말이 있다. 시험을 다 쳐서 온 사람 입장에서는 족보 없이 취임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이 관점이 뒤의 지역할당 논쟁으로 이어진다.
청나라와 조선은 왜 개혁하지 못했나
청나라는 송나라식 시스템을 거의 모범적으로 구현한 나라였다. 만주족이 소수였기 때문에 오히려 중앙집권이 필수였다. 그런데 그래서 새로울 것이 없었다. 프랑스 계몽주의자 볼테르가 청나라 관료제를 열렬히 칭송한 사례가 증거다. “누구든 갈고닦으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성리학의 논리가 계몽주의에 오히려 자극을 줬다는 역설도 소개된다. 청나라가 근대화를 들여다봤더니 “이거 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는 답이 나온 것이다.
조선도 마찬가지다. 조선에 고등문관시험을 가져가면 “우리 과거제 하고 있는데"가 답이다. 이 부분은 논쟁이 많을 영역이고 저자도 팜플렛성 주장으로 멈추지만, 정리하면 이렇다. 뒤늦게 시작한 일본만이 시스템을 통째로 부술 명분과 에너지가 있었고, 이미 선진적인 청나라·조선은 그럴 필요도 없고 수단도 없었다.
일본: 이에 시스템과 역동성의 소실
일본의 이에(家) 시스템은 명나라 이갑제와 비슷하다. 도요타 직원이 평생 도요타 소속인 것처럼, 대기업이 사실상 다이묘 시스템으로 귀환한 것이다. 이직은 배신감을 주고, 배신만 안 하면 노후까지 책임져주는 구조다. 개인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고 투표를 해도 찬성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밑바닥 사람들에게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15대째 우동 가게” 에피소드가 이것을 요약한다. 장인정신은 존중하지만, 그 말은 그것만 해도 되는 사회가 됐다는 뜻이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갈 길이 없다는 것이다. 유교의 명제가 주는 잔인함도 지적된다. 모두에게 직업의 자유와 성공의 자유를 주면 모든 불행은 무능 탓이 된다. 과거에 떨어진 사람은 변명도 못 한다.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시스템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성공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 = 송나라화의 부활
이 책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에 나온 책이다. “시스템이 안 돌아간다, 능력주의로 다시 개편하자"는 일본의 자기 개탄이 배경이고, 그 정서를 대변한 정치인이 고이즈미 준타로다. 우정민영화, 지방 공무원 공격, 지역 거물 의원 자리에 중앙당 자객공천. 고이즈미가 한 것은 송나라화의 부활이고,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그것은 천 년짜리 중앙집권 대 분권 싸움의 한 흐름이라는 해석이다.
1979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중국이 송나라화로 복귀했고(마오 시대는 완전한 명나라식), 레이건·대처의 신자유주의도 같은 흐름이라는 연결이 나온다. 재벌 세습은 일본 이에 시스템의 원조라는 지적도 있다. 전쟁 후 재벌은 해체됐지만, 분권적 기득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어떤 기업이 평생 책임져주는 구조)에서 한국의 재벌 세습 관행이 들어왔다는 것.
중국이 가장 잘하는 이유
중일한 세 나라 중 송나라 시스템과 가장 잘 맞는 나라는 중국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황제 1인이 정치·문화 권력을 독점하고 황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동급이라는 것. 주자학은 정치와 도덕을 합친 체제이고(마키아벨리가 분리하기 전에 이미 합쳐져 있었다는 역설적 지적), 황제의 권력만 예외로 남겨둔 채 나머지는 극한 경쟁에 내던진다.
중국이 그것을 가장 잘한다. 배달업체가 배달비를 받지 않고 오히려 돈을 얹어주는 극한 경쟁, 전기차 수백 개 업체의 춘추전국시대, 그리고 승자가 되면 국가가 밀어주지만 마윈처럼 입이 잘못되면 바로 아웃되는 구조. “전체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교묘하게 섞인 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복건성 전기차 연합회가 규격을 정해주는 세상, 곳곳에 분산된 권력 아래에서는 이런 다이내믹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짚인다.
1도 1소주제의 위헌 판결이 한국 사례로 등장한다. 한 도에 한 소주만 허용하는 지역 카르텔은 소비자 입장에서 이상하지만 “우리 동네 소주를 누가 먹냐"는 지역 논리가 만든 제도였고, 국회의원들이 다 지역구라 법 폐지가 아니라 헌재 판결로 없어졌다. 지역 균형발전 논리도 같은 구조(대구에는 있고 경산에는 없네)로 무한히 반복되며, 기득권을 깨려면 개국하는 수준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이어진다.
조선: 성공한 중앙집권, 그러나 작은 정부
조선은 중국 쪽에 가까운 나라였다. 관료화된 성리학 국가에 과거제, 상피제(자기 동네로 발령 나지 않는 제도)까지 운영했고, 중간 착취층이 없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았다. 일본 사학자들도 에도 시대의 세율을 살인적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경복궁 근정전을 보면 “왕이 겨우 이런 데서 살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작은 정부의 증거라는 관찰도 나온다.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의 의도도 재해석된다. 왕을 껍데기로 세워놓고 신하들이 성리학이라는 이론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구조. 조선왕조 500년이 이어진 이유는 “누구도 왕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위트가 나온다. 왕조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것은 누구도 힘으로 왕을 죽이고 나라를 삼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게 갖춰진 국가였다는 뜻이고, 송나라보다도 성공적인 중앙집권 구현이라는 평가다.
한계도 명확하다. 세 가지 개혁 중 화폐경제만 자리를 못 잡았고(안정성 관점에서 수용하지 않음, 은 부족 등), 노비제와 신분제가 컸으며 갑오개혁(1894)에야 공식 폐지됐다. 대신 과거제의 유지 장치가 소개된다. 3대째 과거 급제가 없으면 그 집안은 양반이 아니게 되는 사회 규범. 지방 토후 아들조차 입시 스트레스를 받게 만든 시스템이었고, 그래서 신하들의 퀄리티가 유지됐다는 것.
책의 최종 결론: 섞으면 최악이다
이 책을 소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앙집권이냐 지방분권이냐, 경쟁이냐 안정이냐. 두 시스템 각각에는 장단이 있고 나라마다 정답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쪽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면서 반대쪽 시스템을 부분적으로만 도입하는 것이다.
구체적 예들이 나열된다. 경제는 전국 단위 네트워크로 돌아가는데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면 이주 가능한 소수만 누리는 경제가 된다. 전국민이 경쟁하는 시스템에서 힘 있는 이익 단체만 보호(타다 금지법이 대표 사례)하면 80%는 경쟁으로 진땀 빼는데 20%는 경쟁 없이 먹는 구조가 된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만들어놓고 입시만 지역할당제로 바꾸면, 쉽게 통과한 사람이 다음 단계의 경쟁에서 다 먹어치우는 썩은 구조가 된다.
농학자들이 포도와 메론을 섞어 포도만한 메론을 얻었다는 일화로 정리되고, 그것을 브론이라고 부른다. 책의 결론은 “망하려면 빨리 망해라, 노선을 명확하게 정해라"다.
반론도 공정하게 다뤄진다. 자본주의에 사회복지(실업급여 등)를 얹는 것은 예외적 보완인데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보완 자체는 필요하되 그것이 그 시스템에서 예외적이고 변칙적인 것임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고 답한다. 공공임대는 좋지만 반포 한강 아파트를 공공임대로 주라고 하면 안 된다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지방 균형발전도 마찬가지다. 지방이 가장 균형 발전됐던 시기는 산업도시를 만들 때였고, 그것은 중앙 정부가 에너지를 몰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보는 포인트
- 메이지 유신의 재해석: 서양화가 아니라 늦은 송나라화. 폐번치현(반령)과 고등문관시험(과거제)이 핵심이라는 보는 눈
- 기득권의 가치중립성: 기득권 재생성은 시스템의 운명이고, 그것을 깨는 에너지가 없으면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청나라의 경우
- 신자유주의의 역사적 족보: 덩샤오핑·레이건·대처·고이즈미를 천 년짜리 노선 싸움의 연속선상에 놓는 프레임
- 혼합 시스템의 위험성: 타다 금지법, 입시 지역할당, 거주 이전 제한 같은 한국 사례로 확인하는 “섞으면 최악” 논리
- 조선 재평가: 낮은 세율, 상피제, 500년 왕조 불변을 작은 정부이자 성공적 중앙집권으로 읽는 관점
원본 정보
- 채널: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 게시일: 2026-09-26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1Pia49zf_8
- 길이: 약 43분 · 조회수 약 18.7만 회 (2026-09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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