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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대신 리플인 이유: 온디맨드 리퀴디티가 10년간 쌓아올린 XRP 유동성의 정체

스위프트 대체 비전으로 태어난 리플이 SBI와 한국 리테일을 거치며 유동성을 쌓은 10년의 과정, 테더에 빼앗긴 페이먼트 패권과 RLUSD 이후 XRP의 다음 단계를 정리했습니다.

알트코인 시장의 다음 수혜 후보로 리플(XRP)이 이더리움보다 우선이라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 근거는 단순하다. 리플은 세계 최초급의 오래된 코인답게 기관과 리테일 양쪽에서 10년 이상 유동성을 축적해 왔고, 이더리움 대비 약 4배에 달하는 거래소 보유 물량과 유통량 10% 수준의 단일 거래소 집중도가 그 사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결정적으로 리플 홀더층의 강한 소유 의지가 가격 방어선을 만들어 왔다는 점이다. 이 글은 리플이 어떤 비전으로 태어났고, 유동성이 어떤 방식으로 쌓였으며, 페이먼트 시장을 테더에 내주고 난 뒤 XRP가 어디로 가려는지를 정리한다.

왜 이더리움보다 리플인가? XRP의 과거와 업사이드

핵심 요약

  • 기관 우선 알트코인: 2025년 10월 11일 대규모 청산 이후 순수 네이티브 알트코인의 순유입 논리는 무너졌고, 이후 시장은 오랜 기간 빌딩해 온 기관 중심 자산을 먼저 찾는다. 상위 10 안에서 그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리플이다.
  • 유동성은 설계가 아니라 축적이다: XRP는 각국 거래소와 홀더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온디맨드 리퀴디티 모델을 앞세웠고, 일본 SBI와 한국 리테일을 거치며 실제 유동성 풀이 만들어졌다.
  • SBI가 일본 시장을 지탱한다: SBI는 리플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직원 월급·퇴직연금의 일부를 XRP로 받는 솔루션과 2015년부터 이어진 에어드랍 마케팅으로 일본 리테일 기반을 다져 왔다.
  • 한국은 리테일 주도 유동성의 현장이었다: 1원 고정가 공급, 다단계 판매 에피소드, 2017년 김치프리미엄을 거치며 XRP는 한국에서 국민 코인화되었고, 업비트 보유 물량만 유통량의 약 10%에 이른다.
  • 다음 스텝은 가치 저장: 페이먼트 패권을 테더(트론)에 내주면서 리플은 스테이블코인 RLUSD를 발행했고, XRP의 다음 단계를 가치 저장 수단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현재의 시장 서사다.

상세 정리

리플은 ‘브릿지 코인’이라는 선입견부터 걷어내야 한다

리플을 처음 접하는 관점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XRP는 법정화폐 A를 법정화폐 B로 바꿀 때 중간에서 브릿징해 주는 코인"이라는 것이다. 브릿지 코인의 유틸리티가 서로 다른 자산의 교환 매개라면 가격 변동성이 그렇게 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맞다. 그런데 실제 리플의 구조는 백서의 이론적 설계 그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스위프트(SWIFT)라는 기존 금융망을 대체할 새로운 결제망을 만들고, 그 망에 화폐를 깔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고, 유동성은 설계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쌓였다.

이 관점의 출발점은 최근 알트코인 시장의 구조 변화다. 2024~2025년 불장 동안 알트코인으로 흘러든 순유입은 2025년 10월 11일의 대규모 청산 사태를 기점으로 반전되었고, 이후 바운스가 이어졌지만 네이티브 알트코인을 단순 순유입으로 밀어 올리기 어려운 시장이 되었다. 앞으로는 기관이 오래 빌딩해 온 자산, 그리고 기관 관점에서 자본 유입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코인이 먼저 움직인다. 상위 10 안에서 그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자산이 리플이라는 것이 이 글의 논지다.

오픈코인에서 시작된 기축통화 비전 (2013)

리플(XRP)이 만들어진 시점은 2013년이다. 당시 상위 시가총액은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그다음이 리플이었고, 작업증명(POW) 위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코인이다. 원래 이름은 오픈코인(OpenCoin)이었다. 초기 핵심 비전은 비트코인의 한계 비판에서 시작된다. 비트코인은 에너지 소비와 비용이 너무 크다. 어차피 결국 필요한 것은 진짜 P2P 캐시 아니냐는 물음에, 리플랩스(Ripple Labs)는 하나의 원장 위에서 XRP를 기축 통화로 쓰는 결제망을 내놓았다.

XRP가 기축 통화로 움직이는 방식은 교환의 매개에 있다. 미국의 유저가 한국으로 송금하려면 은행망을 거치거나 다른 결제 레이어를 써야 하는데, 그 중간 화폐를 XRP가 맡는다. 여기에 리플랩스의 확장 아이디어가 더해진다. 거래소에 XRP 유동성을 제공하고, 거래소끼리 입출금만 가능하게 만들면 그 자체가 우리만의 스위프트망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기존 은행들은 스위프트망으로 법정화폐를 옮기며 중간 은행을 계속 끼워 두었는데, 리플은 중간 은행을 걷어내고 거래소 간 P2P 입출금 시스템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멕시코든 브라질이든 각국에 거래소를 만들면 XRP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그 뒷받침이었다. 이 모델이 나중에 온디맨드 리퀴디티(ODL)라는 이름으로 정착된다.

온디맨드 리퀴디티: 유동성을 제품으로 만들다

온디맨드 리퀴디티의 골자는 간단하다. 어떤 나라의 화폐 수요가 생기면 XRP를 매개체로 유동성을 제공하고, 그 구현 수단은 거래소에 XRP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파트너사에 XRP를 공급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유동성 공급이 서류상의 협업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이야기를 파고 들면 실제 각국의 홀더 기반이 그 유동성의 토대가 되었다.

일본 SBI: 직원 월급과 퇴직연금을 XRP로

일본은 리플 생태계의 가장 강한 거점이다. 일본 코인 홀더 시장의 주축은 SBI이고, SBI는 리플 지분을 약 10%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월급을 리플로 받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실제 업계에서 통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체적인 사례가 나온다. 20162017년경 SBI에 입사한 개발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SBI는 직원 월급 일부에 더해 퇴직연금용 솔루션을 리플로 개발했다. 미국의 401k에 해당하는 퇴직연금을 XRP로 적립할 수 있게 만들었고, 연금에 가입하면 XRP 시장 가격 대비 1020% 디스카운트로 제공했다. 그 결과 SBI 전사적으로 많은 직원이 XRP를 퇴직 자산으로 쌓았다. 기관이 XRP 할당을 받아 거래소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온디맨드 리퀴디티의 한 축이 직원 복지 형태로 내부 순환하고 있었던 것이다.

리테일 확보 방식도 독특하다. SBI 증권은 2010년대 초반부터 앱 기반 간편 증권을 시도했던 회사로, “XRP를 이렇게 많이 갖고 있는데 리테일을 어떻게 더 확보할까"라는 질문에서 에어드랍을 꺼냈다. 일본 규제상 코인을 리테일에 직접 판매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회원 가입 시 포인트 대신 10달러어치 XRP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왔다. 초기 에어드랍 물량이 수백 배 오르며 만 원짜리가 수천만 원이 된 사례도 있다. SBI는 최근 RWA 증권 토큰 같은 새 디지털 상품을 내면서도 신규 유저를 모으는 수단으로 XRP 에어드랍을 계속 쓰고 있고, ETF를 구매하면 XRP를 에어드랍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오늘날 크립토 회사들이 에어드랍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것과 비교하면 SBI는 2015년부터 이 길을 걸어 온 셈이다.

결국 일본의 온디맨드 리퀴디티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수만 명의 XRP 홀더가 생기고, SBI가 직원에게 리플을 배포하고, 거래소 가입자에게 무상으로 지급해 가입을 늘린다. 처음 열 명일 때는 효과가 없지만 수만, 수십만, 수천만 명 규모가 되면 거대한 유동성 풀이 생기고, 그들이 거래소에서 XRP를 옮겨 매수·매도하면서 국가 단위의 유동성 레이어가 형성된다.

한국: 1원 고정가 공급과 ‘다단계’의 역설

한국의 시장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갔다. 한국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Korbit)은 2013년에 설립되었지만 당시 비트코인만 상장되어 있었고, 최초의 알트코인 상장은 2016년 이더리움이었다. 그 3년간의 공백기 동안 거래소들은 비트코인이 미래 화폐라는 관점만 밀었고 XRP에 대한 수요 자체가 없었다.

그 공백을 채운 존재가 리플 코리아 익스체인지라는 이름의, 리플만을 위한 거래소였다. 이 거래소는 리플랩스의 알로케이션을 받아 XRP를 고정가에 공급했는데, 그 가격이 1원이었다. 가격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픽스 가격 방식이었고, 같은 물량이 지금 800원선에서 거래된다. 가입하면 바로 리플을 살 수 있게 유동성을 깔아 둔 것이다.

문제는 수요였다. 비트코인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던 시절에 리플을 아는 사람은 더 없었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다단계 판매 조직이었다. 리플 코리아 익스체인지에서 1원에 받은 리플을 골드 티어, 실버 티어, 브론즈 티어로 나눠 10배, 100배 가격을 붙여 팔았다는 것이다. 1원에 받은 것을 지방의 어르신들에게 10원, 100원으로 되팔는 옥장판식 구조였다. 참고로 비트코인도 초창기에는 다단계 유통을 거쳤다. 중국에서나 미국에서 열정적인 초기 홀더들이 거래소를 만들어 물량을 싸게 받아 팔며 다단계 조직을 풀었던 일이 반복된 역사다.

역설은 여기서 나온다. 그 당시 XRP 지갑을 만들어 실제 토큰을 보내지 않고 가짜 토큰을 배포해도 아무도 알 수 없었는데, 이 조직들은 정직하게 실제 리플 지갑을 만들어 진짜 XRP를 전송했다. 그 결과 다단계로 구매한 사람도, 총판으로 일한 사람도 빗썸 상장 전까지 대부분 수익을 거뒀고, 평균 매입 단가는 대략 100~300원대에 형성되었다. 리테일의 실물 XRP가 그렇게 한국의 지갑 전반에 뿌려졌다.

빗썸 상장, 김치프리미엄, 그리고 국민 코인화

거래소 상장 이후 온디맨드 리퀴디티의 비전대로 유동성이 실제로 형성되었다. 빗썸에 많은 유저가 XRP를 공급하며 원화로 거래되었고, 반대로 해외 거래소에서 달러를 XRP로 바꿔 원화로 되돌리는 경로까지 열렸다. 리테일이 XRP를 사들인 것은 단순한 매수가 아니라, 각자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하며 거래소 이동성을 제공하는 행위였다. 2017년에는 김치프리미엄을 타고 리플이 5,000원까지 올랐다.

정리하면 일본이 기관(SBI) 주도였다면 한국은 리테일 주도로 유동성을 쌓았다. 더 중요한 데이터가 남아 있다. 현재 업비트가 보유한 리플 물량은 전체 유통량의 약 10%에 이르고, 거래량이 작은 다른 거래소에서도 리플을 4천억 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이더리움 대비 4배 많고, 비트코인 보유 물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과거를 가진 코인은 비트코인과 리플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부터 리플을 믿던 사람들에게 지갑에 뿌려지고, 가격이 오르며 초기 지지자들이 부자가 되고, 그것을 본 다음 세대가 또 지지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유동성이 역사적으로 축적된 것이다. 클레이크 코인, 다이노 코인 같은 원로 코인들의 출발점이 모두 금융망을 벗어나 새로운 망과 그 망용 화폐를 만들자는 발상이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페이먼트의 패권은 테더로 넘어갔다

리플이 가장 활성화됐던 시기는 2017년부터 2019년으로 평가된다. 그 시기 테더(Tether) 발행량도 크게 늘었고, 스위프트망의 역외 달러 흐름과 겹치며 XRP가 페이먼트 용도에서 강점을 가졌다. 트론(Tron) 위 테더가 런칭하기 전인 2019년까지, XRP의 유동성은 테더보다 좋았고 때로는 비트코인-테더 거래량보다 리플-테더 거래량이 더 높았다.

그런데 당시 테더의 비즈니스와 리플의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차이는 하나였다. 테더는 1달러에 고정되는 스테이블코인이고 XRP는 변동성 코인이라는 것. 이 차이가 결국 시장의 선택을 갈랐고, 리플의 페이먼트 성장은 2019~2020년경 마무리되며 패권이 테더(트론)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리플 쪽 솔루션의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읽는다. 은행과 은행 사이에 얼마를 보내고 얼마의 유동성이 있는지 메시지를 주고받는 프로토콜, 즉 리플넷(RippleNet) 계열의 결제 솔루션들이 개발되어 2017년경 완성되었다. XRP 레저(XRP Ledger) 위에서 은행 간 메시지를 주고받고 토큰을 보내는 결제 시스템이었고, 블록체인의 페이먼트 표준을 만들겠다는 시도였다. 2017년 당시 리플 네트워크에만 100~250곳 은행이 참여해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결국 송금 소프트웨어의 결제 수단이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변동성 코인 XRP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은행들의 피드백도 그랬다. 쓰고 싶은데 변동성 때문에 어렵다. 이후 온디맨드 리퀴디티로 보완이 이뤄졌음에도 은행들이 대규모로 활용하진 못했던 시기가 이어졌다.

RLUSD와 가치 저장이라는 다음 스텝

리플의 최근 대응은 스테이블코인이다. XRP의 변동성 문제에 대한 대답으로 USDC(서클)와 같은 모델의 스테이블코인 RLUSD를 발행해 페이먼트를 이어가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XRP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질문이 리플 커뮤니티 전반의 고민이 되었다.

정리된 방향은 이렇다. XRP는 지금도 페이먼트로 쓰이고, 거래소 입출금 용도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지만, 입출금에 쓰이는 것만큼 XRP에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비트코인이 거래용에서 가치 저장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했고, 이더리움도 디파이와 유틸리티 활용을 거쳐 스테이킹으로 자산을 잠그는 구조에 도달했다. 페이먼트의 시장을 트론-테더에 빼앗긴 XRP의 넥스트 스텝은, 기존 페이먼트 기관과의 협업을 유지하면서 XRP를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 이것이 현재 리플 시장 상황을 읽는 핵심 프레임이고, XRP의 업사이드 논리도 여기에 뿌리를 둔다.

보는 포인트

  • 백서의 ‘브릿지 코인’ 설계와 실제 유동성이 쌓인 경로(SBI 직원·리테일 에어드랍, 1원 고정가 공급, 다단계 유통)의 괴리
  • 유동성 코인의 특수성: 홀더가 시장 조성자가 되는 구조가 거래소 보유 물량(유통량 10%, 이더리움 대비 4배)으로 수치화되어 나타나는 방식
  • 페이먼트 패권 경쟁의 분기점: 스테이블코인이냐 변동성 코인이냐라는 단 하나의 차이가 테더와 XRP의 운명을 갈랐다는 해석
  • 은행 참여(100~250곳 테스트)에도 대규모 채택으로 이어지지 못한 리플넷 계열 솔루션의 한계
  • RLUSD 발행 이후 XRP의 정체성 전환 논의 — 페이먼트에서 가치 저장으로

원본 정보

  • 채널: Professor Jo
  • 게시일: 2026-09-23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8EBkbyFRnSA
  • 길이: 24분 31초 · 조회수 29,109 (수집 시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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