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특집 ‘신과대화’에 『시대예보: 수고 인류의 시간』의 송길영 작가(마인드마이너)가 나왔다. 주제는 하나다. AI 시대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화는 우스갯소리로 시작했지만, 닿는 곳은 꽤 근본적이다. 조직의 효용은 줄어들고, 개인은 할 수 없이 홀로 서게 된다.
AI가 다 해주는데도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일 | 마인드마이너 송길영 [신과대화]
핵심 요약
- ‘수고 인류’의 시대: 수고(受苦)는 ‘괴로움을 받다’는 뜻이다. 쾌적하고 자연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이 AI에게 빠르게 잠식당하면서, 인간은 다시 수고하게 될 것이다.
- 핵개인의 등장: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개인이 늘어나자 “큰 조직은 필요 없는데"라는 생각이 나왔다. 조직은 줄이려 하고, 개인은 조직을 떠나려 한다. 양쪽이 ‘헤어질 결심’을 한 상태다.
- 태풍 특보에서 장기 예보로: 작년이 ‘줄이자’는 태풍 특보였다면, 올해는 장기 예보다. 태풍이 지나간 뒤 각자는 홀로 남겨지고, 어디로 갈지 정하고 노를 저어야 한다.
- 120세 시대의 자립: 여명이 70살이던 시절엔 평생직장이 가능했다. 120세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 조직이 60세까지 돌봐줘도 남은 60년은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 원본 인간 vs 사본 인간: 대체 불가능한 사람은 원본 인간, 대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사본 인간이다. 메타가 직원들의 업무 과정을 녹화해 AI를 학습시키는 것처럼, 기록되는 업무는 기계에게 넘어간다.
- 직업이 없을 때 시작한 사람: 페이커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없을 때 시작했다. 직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인생이 완성된 사례다.
- 눈높이를 세계로: K팝, K드라마, K뷰티, 반도체까지 작은 나라의 영향력은 이미 세계적이다. 좁은 땅의 한정된 자리를 놓고 무한 경쟁하는 모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세 정리
수고라는 말의 속내
송길영 작가는 ‘수고 인류’라는 말을 만들었다. 영어에 없어서 ‘수고 사피엔스’라고까지 썼다. 수고의 한자는 받을 수(受)에 괴로울 고(苦). 즉 괴로움을 받는다는 뜻이다. 누군가 먼저 퇴근하며 “수고하세요"라고 하면 어법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올라오곤 했는데, 파고들어 보니 속내는 “나보다 먼저 가?“였다. 고통을 나한테 던지고 간다는 뉘앙스. 우리가 칭찬할 때 쓰는 ‘수고’에는 원래 괴로움이 들어 있었던 셈이다.
부모 세대는 “공부 열심히 해야 추울 때 시원하게, 더울 때 따뜻하게 일한다"고 했다. 노고를 줄이라는 암묵적 메시지였다. 좋은 직장이란 쾌적하고 자연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지금 AI에게 굉장히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좋은 직장의 정의가 재평가되는 순간, 인간은 다시 수고하게 될 것이라는 게 작가의 예보다.
핵개인과 헤어질 결심
핵개인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핵개인끼리 모이자 “큰 조직은 필요 없는데"라는 생각이 나왔고, 경량 문명 같은 시도가 나왔다. 그런데 다음 문제가 생긴다. 개인은 조직이 필요한가? 조직은 또 AI가 나왔으니 구성원이 필요한가?
지금 송 작가가 만나는 거의 모든 조직은 “줄이고 싶어” 한다. 옆의 경쟁자가 줄인다고 하니 속도를 못 따라가면 못 버틸 것 같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줄이자’는 태풍이 불었다. 줄이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나무가 무너지고, 줄어들고, 각자 개인은 큰 조직에서 흩어진다. 태풍이 지나간 뒤 각자는 홀로 남는다.
작년의 예보가 태풍 특보였다면 이번엔 장기 예보다. 이제 홀로 선 각자가 어디론가 갈 텐데 목적지가 다를 것이다. 각자의 목적지를 정하고 가기 위한 방법을 지금부터 노력하는 것, 그게 수고의 출발점이다.
120세 시대, 조직은 평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예전엔 20대에 들어오면 “평생 우리가 잘 도와드릴게요"가 가능했다. 여명이 70살 정도였으니 정년 60세 이후 10년만 커버하면 됐다. 그래서 평생직장이 리터럴한 의미를 가졌다.
지금은 120살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1970년생이 120세를 산다면, 조직이 60세까지 돌봐줘도 남은 게 60년이다. 그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고, 자연스럽게 조직을 넘어 내 삶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기 시작했다.
업무가 데이터가 되는 순간
메타는 많은 직원에게 “새로운 일을 해보세요"라고 했고, 남은 직원들에게는 마우스 클릭부터 키보드 스트로크까지 업무 과정을 전부 녹화·녹음하겠다고 했다. 업무가 전부 데이터가 되면 러닝할 수 있고, 기계에게 맡길 수 있다. 본인의 업무가 상당히 많이 잠식당하게 되는 구조다.
동시에 정반대 사건도 벌어진다. 천재가 있으면 “입사하세요"가 아니라 회사째 사 오는 ‘애크하이어’다. 100명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니 3명만 고용해도 1인당 30인분의 인건비를 쓸 수 있다. 소수가 남고 그들에게는 처우가 엄청 좋아지는 양극화. 그래서 작가는 대체 불가능한 ‘원본 인간’과 대체 가능성이 높은 ‘사본 인간’을 구분하자고 제안한다.
페이커가 보여준 것
페이커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없을 때 시작했다. 직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본인의 인생이 완성되는 성취의 흔적을 가진 사람이다. 외교부 강연에서는 대본 없이 30분을 정돈된 언어로 말했고,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게임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작가는 여기서 묻는다. 학교의 기능 중 많은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습득할 수 있다면, 굳이 지금의 교육과정을 꼭 가야 하는가. 페이커는 그 물음에 대한 살아 있는 답이다.
작은 나라의 큰 영향력, 그리고 반성
작가가 가져온 해외 영상 하나. “한국이 왜 좋아요?“라는 질문에 BTS와 K팝, K드라마, 넷플릭스, 삼성·갤럭시, K뷰티, 게임과 e스포츠·PC방 문화, 현대·기아·제네시스, 반도체까지 끝없이 나온다. 작은 국가에서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많지 않다.
우리는 너무 힘들게 살다 보니 한국의 포텐셜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고, 이렇게 많은 성취가 일어나는데도 좁은 땅의 한정된 자리를 놓고 무한 경쟁하는 모드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한다면 우리의 영역을 세계로 넓혀보자는 제안이다. 여기 있든 저기 가든 교류하든, 특정 직종에만 눈높이를 머무르게 하지 말자는 것.
보는 포인트
- ‘수고(受苦)‘의 어원과 좋은 직장의 재정의
- 핵개인 → 조직과 개인의 헤어질 결심 → 태풍 특보와 장기 예보
- 120세 시대에 조직이 감당할 수 없는 남은 60년
- 업무의 데이터화와 원본 인간/사본 인간의 구분
- 페이커: 직업이 없을 때 시작해 직업을 만든 사람
-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과 무한경쟁 모드에 대한 반성
원본 정보
- 채널: 삼프로TV 3PROTV
- 게시일: 2026-09-25, 길이 48:09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G7X-z_3ZzYw
- 출연: 송길영 작가(마인드마이너,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 시대예보 시리즈 4번째, 2026년 9월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