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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단어'가 민주주의를 침묵시킨다: 르네 피스터 인터뷰

슈피겔 워싱턴 지국장 르네 피스터가 정치적 올바름, 캔슬 컬처, 표현의 자유의 위기를 진단한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잘못된 단어 하나"가 민주주의를 침묵시킨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 워싱턴 지국장 르네 피스터의 문제 제기다. 그의 책 『Ein falsches Wort』(잘못된 단어 하나, 2022)는 “새로운 좌파 이데올로기가 미국의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위협하는가"를 다룬다. 김지윤의 지식Play가 피스터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ENG] '잘못된 단어'가 민주주의를 침묵시킨다? | 르네 피스터, 정치적올바름, 잘못된 단어

핵심 요약

  1. “잘못된 단어"의 공포: 미국·영국·독일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50%가 “생각을 말할 수 없다"고 답한다. 특히 이민 같은 민감한 이슈에서다. 한 단어를 잘못 썼다가는 곤경에 처한다는 느낌이 서구 전반에 퍼져 있다.
  2. 비판자들의 반론과 재반박: “사람들이 입을 다물면 논쟁이 더 점잖아진다"는 반론에 대해 피스터는 민주주의에서는 불만과 분노를 투표함에서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선다. 말을 막으면 불만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출구를 찾는다.
  3. 역설: 이 책은 독단적인 좌파를 비판하지만, 그 수혜자는 트럼프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였다. 피스터는 트럼프 당선의 원인을 좌파의 변화에서 찾는다.
  4.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 1990년대 민주당은 시장을 개방하는 경제 정책으로 전환했다. 성장은 있었지만 백인 노동계급은 일자리를 중국·멕시코에 빼앗겼다. 승자는 해안가의 대졸 지식계층이었다. 동시에 민주당은 구조적 인종차별·젠더 불평등 같은 학술 언어로 “좌파 소속"을 증명했고, 배신감을 느끼던 노동자들은 “우리 말을 비웃는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트럼프는 “당신 일자리를 빼앗았을 뿐 아니라, 당신 말투를 비웃는다"고 말했다.
  5. “deplorables"의 역설: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 지지자를 “deplorable(비열한 자들)“이라 부른 것은 민주당이 노동계급 유권자를 내려다본다는 인상을 굳혔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 말을 오히려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다.
  6. 표현의 자유의 두 조건: 서구 주요국에는 국가 검열이 없다. 그러나 솔직한 토론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국가 검열의 부재, 그리고 표현의 자유의 문화다. 사람들이 논란 많은 이슈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느낌이 없으면 결과는 나쁘다.
  7. 용어 정리: 캔슬 컬처(논증 대신 소셜미디어 소동으로 상대방을 플랫폼에서 쫓아내거나 해고시키는 것), 마이크로어그레션(컬럼비아대 더럴드 윙 수 교수가 만든 개념. “어디 출신이세요?” 같은 말이 매번 공격으로 해석되면 다문화 사회에 필요한 대화가 죽는다), 문화적 전유(백인 요리사가 멕시코 요리책을 못 쓴다는 논리를 끝까지 밀면 문화는 섞이지 못하고 각자 구석에 남는다), 워크(원래는 흑인 운동가들이 만든 긍정적 단어였으나 우파가 “과민한 사람들"로 프레임을 바꿨다).
  8. 매카시즘의 반복: 1950년대 조 매카시가 하던 일을 지금은 리버럴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책의 인상적인 대목이다. 직장에서 사람을 몰아내는 방식이 닮았다.
  9. 양극화의 원인: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MAGA 진영의 “민주당은 적이"라는 프레임, 무당파의 소멸(“calcification”, 석회화). 펜실베이니아 소도시에서 만난 공화당원들은 “몇 년 전만 해도 민주당 친구와 맥주를 마셨는데 이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0. 좌파 정당의 운명: 성공의 희생자다. 독일 사민당은 노동계급의 정당이었지만, 노동자 자녀들이 대학을 나와 다른 관심사(기후·동성결혼·낙태)를 갖게 되면서 노동자에게 말을 거는 능력을 잃었다. 전직 사민당 유권자들은 이제 독일대안당(AfD)을 찍는다. 민주당도 대졸 엘리트의 정당이 됐다. “다양해지는 미국은 자동으로 민주당 승리"라는 가정은 틀렸다. 트럼프는 라틴계 유권자와 흑인 남성 유권자를 끌어들였다.

상세 정리

“잘못된 단어"라는 도발적 제목

인터뷰는 책 제목의 의미부터 시작한다. 피스터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단어를 쓰면 곤경에 처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관이나 의견이 누군가를 불쾌하게 할까 봐 말을 아끼는 현상은 서구 전체에서 관찰된다.

비판자들은 “사람들이 의견을 삼가면 더 섬세하고 합리적인 토론이 된다"고 말한다. 피스터는 이것이 잘못된 가정이라고 본다. 민주주의에서는 불만·분노·좌절을 투표함에서 표출할 기회가 항상 있어야 한다. 입을 막는다고 불만이 사라지지 않는다.

트럼프 당선의 진짜 원인

책을 쓸 때 피스터 스스로도 물었다. 트럼프가 공정한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승리를 주장하며 의회 난입을 선동한 시점에, 좌파를 비판하는 책을 쓰는 게 맞는가. 그는 트럼프의 위험을 2020년 커버스토리로 집중 보도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왜 트럼프가 당선됐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책의 또 다른 목표였다.

그의 답은 민주당과 좌파 운동의 변화에 있다. 백인 노동계급은 민주당의 중추였다. 1990년대 민주당이 경제 정책을 전환해 시장을 개방하자 성장은 있었지만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승자는 지식기반 경제를 다루는 법을 아는 해안가 대졸자들이었다.

동시에 민주당은 언어를 바꿔 좌파 소속을 증명했다. 구조적 인종차별, 젠더 불평등 같은 학술 언어가 동원됐다. 이미 배신감을 느끼던 노동계급 유권자들은 “당 지도부는 다른 언어를 쓰고, 우리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트럼프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당신 일자리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학술 언어를 못 쓴다고 비웃는다"는 메시지였다.

힐러리 클린턴의 “deplorables” 발언은 결정적 사례다. 민주당이 노동계급 유권자를 내려다본다는 인상을 굳혔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래, 우리는 deplorables다"라며 그 말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다. 유권자를 내려다보면 그들은 상대편을 찍는다.

좌파 언론인이 좌파를 비판하는 이유

슈피겔은 좌파 성향 잡지다. 창립자 루돌프 아우크슈타인의 명언으로 유명하다. 피스터는 “좌파 언론인이 좌파를 비판한다"는 지적에, 뉴스 매체에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 한다고 답한다. 사회가 파편화된 상황에서 매체의 역할은 논쟁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필터 버블·의견 버블 안에서는 민주주의를 조직할 수 없다. 독일에서 책에 대한 서평이 대체로 우호적이었던 것은 열린 토론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여섯 개의 용어

한국 시청자를 위해 피스터는 핵심 용어들을 직접 설명한다.

캔슬 컬처: 피스터는 이 단어를 책에서 되도록 피한다. 모두가 다르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좌파 친구들은 “캔슬 컬처는 환상"이라고 하지만, 그의 정의는 이렇다. 논증으로 상대와 맞서는 대신 소셜미디어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분노를 조장해 상대방을 플랫폼에서 쫓아내거나 해고시키는 것.

마이크로어그레션: 컬럼비아대 더럴드 윙 수(Derald Wing Sue) 교수가 만든 개념이다. 노골적 인종차별은 줄어들지만 인종차별은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다는 발상이다. 독일에서 마이크로어그레션으로 보는 대표적 질문이 “어디 출신이세요?“다. “당신은 우리 사회에 속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피스터는 때로는 그럴 수 있지만 대부분은 대화를 시작하려는 호기심일 뿐이라고 본다. 다문화 사회에서는 뿌리를 묻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구석에서 공격을 보면 다문화 사회에 필요한 토론이 죽는다.

문화적 전유: 한 문화·인종이 다른 인종의 문화적 성취를 착취한다는 발상이다. 백인 요리사는 멕시코 요리책을 쓸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다문화 사회의 장점은 문화가 섞여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데 있다. 문화적 전유 논리를 끝까지 밀면 모두가 자기 구석에 남는다.

워크(woke): 원래는 긍정적 단어였다. 흑인 운동가들이 만든 말로, 사회의 부정의와 차별을 똑바로 보고 싸운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우파가 “의견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과민한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진행자는 “PC(정치적 올바름)라는 말로 다 묶어서 쓴다"고 거들었다. 예민함과 예의는 남겨둬야 한다는 데는 피스터도 동의한다.

표현의 자유에는 문화가 필요하다

비판자들은 “국가 검열이 없으니 표현의 자유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미국·독일·영국·프랑스에 검열 문제는 없다. 그러나 피스터의 주장은 이렇다. 솔직하고 열린 토론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국가 검열의 부재, 그리고 표현의 자유의 문화다. 사람들이 논란 많은 이슈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그게 없으면 나쁜 결과가 온다.

왜 그렇게 됐는가. 지난 40~50년, 특히 학계 좌파의 발전과 관련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민권운동이 큰 성공을 거뒀다. 린든 존슨 대통령이 민권법에 서명했고, 자유민주주의 사회 투쟁의 결과였다. 희망은 이 법으로 사회적 격차가 사라지고, 흑인이 더 부유해지고, 수감률이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기대만큼 실현되지 않았다.

많은 학자들은 자유주의 원칙과 자유주의 국가가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표현의 자유는 강자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식이다. 자유주의 국가를 해체하거나 축소하려는 온갖 이론과 개념이 만들어졌다. 인종차별의 정의도 확장됐다.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것"이라는 합리적 정의 대신, “사회의 모든 격차는 인종차별의 결과"라는 새 정의가 등장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인종차별주의자가 된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실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1950년대 조 매카시가 하던 일이 지금 리버럴에 의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에서 사람을 몰아내는 방식이 닮았다는 것이다.

왜 대화가 끊겼는가

진행자는 묻는다. 10~15년 전만 해도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 친구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대화했는데, 지금은 싸우기만 한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가.

피스터는 여러 설명을 든다. 첫째, 소셜미디어다. 알고리즘이 자기 서사만 먹여서 쉽게 흥분하게 만든다. 둘째, MAGA 운동이다. 민주당을 세계관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적"으로 프레임한다. 셋째, 무당파의 소멸이다. 미국 정치학의 “calcification(석회화)” 개념으로, 민주당 유권자 덩어리와 공화당 유권자 덩어리 사이에 있던 무당파는 사멸해가는 종이다. 중간에 있던 사람들이 사회를 붙잡는 접착제였는데 그게 사라지고 있다.

진행자는 “브라마 좌파 대 상인 우파"라는 기사를 언급한다. 1960년대 공장에서 일하던 강인한 노동자들은 가장이었고 자녀 교육을 챙겼으며 당연히 민주당이었다. 30~40년 뒤, 부모의 노력으로 좋은 교육을 받은 자녀들은 돈을 벌면서도 민주당 지지 입장을 유지하지만 관심사는 다르다. 노동도 공장 노동자도 아니라 기후변화·동성결혼·낙태 같은 이슈가 중심이다.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매일 일하는 사람들과 직접 관련 없는 이슈들이다.

피스터는 이를 “많은 좌파 정당의 운명, 성공의 희생자"라고 정리한다. 독일 사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계급의 정당이었다. 노동자 출신 자녀들이 대학을 나와 다른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좌파 정당들은 노동계급에게 말을 거는 능력을 잃었다. 전직 사민당 유권자들은 이제 독일대안당(AfD)을 찍는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이제 노동계급의 정당이 아니라 대졸 엘리트의 정당이 됐다는 것이 문제다.

민주당은 “다양해지는 미국은 결국 매번 승리한다"고 믿었다.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가 당연히 민주당 기반이라는 가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라틴계 유권자, 특히 흑인 남성 유권자를 끌어들였다. 다수는 여전히 민주당을 찍지만, 박빙인 미국 선거에서 이것은 민주당에 실질적 위협이다.

보는 포인트

  • “잘못된 단어"의 공포: 50%라는 숫자가 말하는 것
  • 트럼프 2016년 당선의 언어적 원인: 학술 언어와 배신감
  • deplorables 발언이 만든 역설
  • 표현의 자유의 두 조건: 검열의 부재와 문화
  • 캔슬 컬처·마이크로어그레션·문화적 전유·워크의 정확한 정의
  • 1950년대 매카시즘과 오늘날의 유사성
  • 좌파 정당의 “성공의 희생자” 딜레마와 AfD·트럼프의 약진

원본 정보

  • 채널: 김지윤의 지식Play
  • 게시일: 2024-04-08, 길이 21:20, 조회수 185,703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jxkVu8oDUs
  • 출연: 르네 피스터(『Ein falsches Wort』 저자, 슈피겔 워싱턴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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