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자이앤트의 예’s썰 26화(명지예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동원참치에서 뻗어나온 회사라는 사실에서 출발해, 수산업에서 시작한 회사가 어떻게 자산 136조 원의 금융 그룹이 됐는지를 짚고, 지금 추진 중인 KDB생명 인수까지 이어 설명합니다.
참치 팔던 회사, 금융사 키워내다. 보험사까지 품는 한투금융 | 예's썰|EP.26
핵심 요약
- 출발점은 금융이 아니라 수산업. 창업자 김재철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의 항해사 출신으로, 3년 만에 선장이 됐고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했습니다.
- 1982년, 어선 대신 증권사. 하버드 경영자 연수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동원참치캔 출시와 한신증권 인수(71억 1,200만 원)를 동시에 실행. 경쟁자를 겨우 300만 원 차이로 제쳐 ‘한끝’이라는 말이 나왔고, 그 돈은 원양어선 한 척 값과 비슷했습니다.
- 2005년, 12억 원 차이의 대승부. 예금보험공사가 들고 있던 한국투자증권을 5,412억 원에 인수. 칼라일과 입찰 격차가 겨우 12억 원, 0.2%였습니다. 그리고 40년간 써온 ‘동원’ 간판을 버리고 산 회사의 이름을 택합니다.
- 은행 없는 지주의 딜레마. 그룹 순익의 약 90%(상반기 1조 9,100억 원 중 1조 7,300억 원)가 증권사 하나에서 나옵니다. 장기 자금조달 창구가 부족해, 그 대안으로 매월 보험료가 들어오는 보험사(KDB생명)를 택한 것.
- KDB생명은 산은의 16년 짬 바다. 2014년부터 여섯 번의 매각 시도 실패 끝에 2024년 자회사로 편입됐고, 지급여력 문제로 인수자가 1조 원 안팎의 증자를 감당해야 하는 회사입니다.
바다에서 시작된 회사
한국투자금융 그룹의 출발점은 금융이 아니라 수산업입니다. 창업자 김재철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를 타고 바다로 나간 항해사였습니다. 배 위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일본어와 어류도감을 독학한 그는 3년 만인 1961년 지남 2호 선장까지 올랐고, 1969년 원양어업 회사 동원산업을 창업합니다.
배움에 대한 집착은 계속됐습니다. 1981년 미국 하버드대 최고경영자 연수 코스를 밟고, 귀국하자마자 그때 얻은 아이디어를 실행합니다. 바로 증권업 진출과 참치캔입니다.
1982년: 참치캔과 증권사를 동시에
1982년 동원은 한신증권을 인수하는 동시에 동원참치캔을 출시합니다. 참치캔은 우리나라 최초의 참치 통조림 상품이었죠.
이때의 인수가는 71억 1,200만 원. 경쟁자였던 태평양화학을 단 300만 원 차이로 제쳤기 때문에 ‘한끝’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71억 원은 지금 기준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당시 원양어선 한 척의 가격과 비슷했습니다. 어선 대신 증권사에 투자한 셈입니다.
이후 1992년 한신증권의 사명을 동원증권으로 바꾸고, 투신운용사와 저축은행 등 금융사를 연달아 인수하며 그룹 내 금융의 무게가 실립니다.
판 갈라놓기와 5,412억 원의 승부수
2003년 동원산업에서 금융 부문을 떼어내 동원금융지주를 만들고(현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전신), 2004년 계열분리가 완료됩니다. 식품·수산의 동원산업과 금융의 동원금융지주로 두 덩어리로 갈라졌고, 지금은 김재철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맡고 있습니다. 금융은 장남 김남구 회장, 식품·수산은 동생 김남정 회장.
분리를 마친 금융 쪽이 곧바로 던진 배팅이 한국투자증권 인수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우리나라 투자신탁의 원조격 회사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 2000년 증권사로 전환됐고 예금보험공사가 들고 있었습니다. 2005년 3월, 동원금융지주는 지분 100%를 5,412억 원에 인수합니다. 경쟁 상대였던 칼라일과의 입찰 격차는 12억 원, 거래액의 0.2%에 불과했습니다.
업계 최상위 덩치의 회사를 통째로 사온 효과는 즉시 나왔습니다. 영업점, 고객 기반, 운용 조직을 한꺼번에 가져온 것이죠.
‘동원’을 버리고 ‘한국투자’를 택한 선택
여기서 이 회사의 기질이 드러납니다.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합병하면서 통합 증권사 이름을 한국투자증권으로 확정했고, 모회사 이름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바꿨습니다. 보통은 자회사에 자기 간판을 다는데, 40년간 써온 ‘동원’ 대신 방금 산 브랜드를 택한 겁니다. 고래를 삼킨 새우가 스스로 고래로 탈바꿈한 그림이죠.
이후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분야를 키웁니다. 증권사의 전통적 밥줄인 위탁 수수료에 더해, 기업에 돈을 대주는 IB 업무와 고객 자산을 굴리는 자산관리를 한 몸에 붙이는 전략입니다.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고, 2017년 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뽑은 국내 최초 초대형 투자은행 5곳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은행 없는 지주의 생존법
한국투자금융지주에는 은행이 없지만, 은행업에 발을 담근 적은 있습니다. 2016년 1월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카카오 컨소시엄을 꾸려 최대 주주로 참여한 것. 하지만 투자은행 중심의 지주가 은행의 최대 주주가 되면 지주 성격이 은행지주로 바뀌면서 훨씬 강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스스로 2대 주주로 내려왔습니다.
현재 한투증권의 카카오뱅크 지분은 27.16%. 최대 주주인 카카오와 단 1주 차이로 2대 주주지만, 사실상 최대 주주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입니다.
성장은 숫자로 확인됩니다. 자산은 2006년 5조 원에서 2025년 136조 원으로, 자본은 1조 원에서 12조 원으로 커졌고, 작년에는 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2조 원을 넘겼습니다. 71억 원짜리 증권사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온 셈입니다.
KDB생명 인수: 은행이 없어서 택한 보험
다만 약점이 있습니다. 은행을 보유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운영할 자금의 조달 창구가 부족하다는 것. 지금 그룹 순익의 대부분이 증권사 하나에서 나옵니다. 올해 상반기 그룹 순이익 1조 9,100억 원 중 한국투자증권이 1조 7,300억 원, 약 90%를 넘게 차지하죠.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 대안으로 택한 것이 보험사입니다. 보험료가 매달 들어오고 그 돈을 길게 굴리는 회사. 은행을 못 가진 지주가 예금 대신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라는 것. 그래서 고른 것이 KDB생명입니다.
KDB생명의 전신은 금호생명입니다.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나온 구조조정 매물이었고, 2010년 산업은행이 자산운용사와 6,500억 원 규모 3호 펀드를 만들어 사들인 뒤 이름을 바꾼 회사입니다. 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여섯 번이나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2023년에는 한화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까지 갔다가 포기했고, 결국 2024년 3월 매각을 접고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이유는 늘 같았습니다. 사가는 쪽이 조단위 자본을 더 넣어야 한다는 것.
실제로 경과조치를 제외한 지급여력비율(K-ICS)은 올해 3월 말 기준 74% 수준으로, 인수자가 1조 원 안팎을 더 넣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산업은행이 16년간 투입한 돈도 시장 추산 2조 원에 육박합니다. 발표자의 요약: 무리한 M&A로 정부 손에 넘어간 회사를, M&A로 온 한국투자금융이 사가는 그림입니다.
보는 포인트
- 71억 원(어선 한 척 값)의 증권사 인수에서 136조 원 그룹까지. ‘한끝’ 300만 원 차이와 ‘12억 원, 0.2%’ 차이라는 두 번의 짜릿한 인수전.
- 40년 간판 ‘동원’을 버리고 산 회사의 이름을 택한 2005년의 결단. 브랜드보다 사업의 미래를 택한 선택이라는 해석.
- 은행이 없는 금융지주의 구조적 한계와, 그 해답으로서의 카카오뱅크(2대 주주 강등)와 보험사 인수.
- KDB생명의 16년 짬 바다: 여섯 번의 매각 실패, 조단위 증자 요구, K-ICS 74%.
원본 정보
- 채널: 매경 자이앤트 (매일경제)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g2BpoZqJ8G4
- 게시일: 2026-09-26 (촬영: 2026-09-17)
- 길이: 약 8분 · 조회수 약 13.6만 회 (2026-09 기준)
- 시리즈: 예’s썰 EP.26 · 기획·진행 명지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