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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안보다: HBM이 증명하는 한국의 초크포인트 전략

AI 시대 한국의 기회는 소버린 AI와 데이터 센터 인프라 수출, 그리고 HBM 같은 초크포인트 기술 확보에 있다. 패러다임 전환에 안주하지 말아야 할 이유와 기술정책 독립성 과제를 정리했습니다.

AI 혁명은 한국 경제에 기회이자 경고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AI 밸류체인 전체를 다 가질 수는 없지만 세계가 한국 없이는 굴러가지 못하게 만드는 특정 기술, 이른바 초크포인트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대표 사례가 HBM이다. 한국이 HBM 시장의 75~80%를 점유한 지금, 전 세계 AI는 한국의 이 부품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지위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자체 AI 모델을 키우는 소버린 AI, 신흥국 수요를 겨냥한 데이터 센터 인프라 수출 모델,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정책의 독립성이다.

[3편] '한국이 없으면 AI도 없습니다' 결국 승부는 이 기술에서 갈립니다 | 경읽남 콜라보 | 연합뉴스TV 인터뷰

핵심 요약

  1. 주가 조정의 원인은 실적이 아니라 거시다: 반도체·AI 기업의 주가는 기업 실적이 아니라 거시경제 신호에 반응한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직후 금리 인상 기대가 부각되자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주도주인 반도체부터 조정이 왔다. 실적에 변화는 없었다.
  2. 소버린 AI는 선택이 아니라 안보다: 요소수 공급 차질, 2019년 일본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처럼 공급망 하나가 막히면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타국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그 공급이 끊기는 순간 성장 엔진 자체가 멈춘다.
  3. 데이터 센터가 새로운 수출 플랜트가 된다: 석유화학 플랜트, 해양 플랜트, 스마트팜을 해외에 지어줬듯, 이제는 데이터 센터를 지어줄 차례다. 전 세계 데이터 센터 1만여 곳이 선진국, 그중 상당수가 미국에 몰려 있어 신흥국 수요의 공백이 크다.
  4. 승부처는 초크포인트 기술이다: HBM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기술을 AI 밸류체인 안에서 찾아 초격차를 벌리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전기차 전환기에 시장을 내준 독일 자동차 산업이 반면교사다.
  5. 기술정책의 독립성이 과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원 산업이 달라지는 것은 국가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준하는 수준으로 기술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세 정리

주가는 실적이 아니라 거시경제가 움직인다

AI·반도체 기업 주가의 등락을 실적으로 설명하려는 관점은 틀렸다. 잭슨홀 연설 직후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수용했고,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을 떠났다. 그 결과 반도체 주도주를 중심으로 조정장이 왔다. 이 조정 과정에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요점은 다음과 같다. 주식시장의 견인차가 반도체이기 때문에 거시경제의 부정적 징후가 나타나면 반도체 기업들이 먼저 조정되고, 긍정적 기대가 생기면 이들이 먼저 급반등한다. 실적 변화가 원인이 아니라 거시 기대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AI 관련주의 등락을 판단할 때는 기업 실적보다 금리와 거시 유동성을 먼저 봐야 한다.

소버린 AI는 안보 영역이다

한국에 자체 AI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답은 기회의 논리와 충격의 논리로 나뉜다. 기회의 논리는 익숙하지만, 충격의 논리가 더 절실하다.

과거 사례가 근거가 된다. 요소수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아 공급 차질이 닥쳤고, 2019년에는 일본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와 같은 구조가 AI 시대에 그대로 재현된다. 미국이나 중국의 AI를 이용만 하다 보면, 어느 쪽이든 “더는 안 쓰게 해 주겠다"고 선을 긋는 순간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공급이 끊겼을 때의 충격을 계산하면 소버린 AI, 즉 토종 AI 모델은 갖춰야 하는 안보 자산이다.

데이터 센터, 새로운 인프라 수출의 시대

한국 건설·인프라 기업의 해외 수주 모델은 이미 검증돼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양 플랜트는 현대중공업이, 재생에너지와 ESS는 관련 기업들이, 스마트팜은 LG CNS가 러시아·우즈베키스탄·몽골 등 척박한 지역에 지어줬다. 몽골에서 한국식 스마트팜 덕분에 채소 소비가 늘고 수명 연장으로 이어졌다는 사례까지 있다. 중동 사막의 신도시는 삼성물산의 영역이다.

이 모델이 AI 시대에 데이터 센터로 확장된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 센터는 1만2,500여 곳에 이르고 하루 20여 곳씩 늘어나지만, 거의 모든 시설이 선진국에 있다. 데이터 센터의 지도를 보면 신흥국은 사실상 공백이다. 신흥국의 “우리도 데이터 센터를 지어달라"는 수요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한국 안에서 데이터 센터 성공 모델을 만들어두면 K-데이터센터 수출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DRAM이 있고, 통신 인프라와 전력 인프라 역량이 있으며, SMR 고도화와 ESS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 데 공정만 300여 개다. AI 서비스를 전달하는 밸류체인은 그보다 훨씬 길어 수천 개 구간으로 쪼개진다. 그중 한국이 잘할 수 있는 구간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의 목걸이가 된다. AI 서비스 하나 쓰는 나라가 아니라 AI 밸류체인 전체에서 몫을 가져가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 방향에서 소버린 AI와 데이터 센터는 정부가 상당 부분 잘하고 있는 영역이며, 남은 일은 규제 개혁, R&D 지원, 인력 양성으로 민간이 더 잘하게 만드는 것이다.

초크포인트 테크: 한국이 없으면 AI가 없다

초크포인트란 하나만 막혀도 전체가 멈추는 지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막히듯, 밸류체인 안에서 이것이 없으면 절대 안 되는 기술이 초크포인트 기술이다. HBM은 그 대표 사례다. 한국이 HBM의 75~80%를 점유한 상태에서 HBM을 빼면 전 세계 AI는 성립하지 않는다.

관건은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다. 독일은 자동차 종주국이었지만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시장을 상실해 폭스바겐이 위기에 몰렸다. 지금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는 피지컬 AI로의 전환이고, 그 전환에 요구되는 AI 밸류체인 안에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DRAM과 HBM에서 점유율이 높은 지금, 독점적 영향력을 가진 영역은 더 큰 초격차를 벌리고, 그 외 영역에서도 SiC 전력반도체 같은 새로운 초크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정부가 SiC 전력반도체에 R&D 투자를 지원하는 방향은 맞는 움직임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술 로드맵은 흔들리면 안 된다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밀어주는 산업과 기술이 달라진다. 이는 국가의 성장 동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구조다. 정치 싸움은 별도의 영역에서 하고, 미래 유망 기술 로드맵은 정권과 무관하게 설정하고 그에 맞춰 이동해야 한다.

나아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부여하듯 기술정책의 독립성을 담당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치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정책 체계가 통화정책의 독립성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역할은 R&D 지원, 인력 양성, 규제 개편, 제도·금융 지원이고, 민간은 그 마중물 역할을 한다. 민관 협력으로 AI 영역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소버린 AI를 키우는 독파모, 그리고 AI 풀스택

소버린 AI를 갖추기 위한 준비 중 하나가 독파모(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이다. 방송국 오디션처럼 예선을 통과한 후보 기업들을 단계적으로 압축하는 방식으로, 현재 3강 수준까지 남았다. 정부는 남는 기업들에게 GPU 우선 제공, 인력 우선 배정 같은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하고, 기업이 실제로 토종 AI 모델을 갖춰 나가는 구조다.

한국이 갖춰야 할 범위는 AI 풀스택 전체다. 가장 아래가 AI 인프라(데이터 센터, 전력 인프라, 통신 인프라), 그 위가 AI 모델, 그 위가 AI 서비스다. 대부분의 사람은 AI 서비스만 쓰지만 그 아래 인프라와 모델이 있어야 성립한다. 세 단계 중 어디 하나 빠뜨리지 말고 전부 준비하되, 각 단계 안에서, 반도체 300여 개 공정처럼 잘게 쪼개진 구간 중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 정부의 초혁신 경제 프로젝트가 20여 개로 구성돼 있고, 그중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을 골라 지원 방식을 설계하는 여정이 이어지고 있다.

보는 포인트

  • AI 관련주의 등락을 볼 때 기업 실적보다 금리·거시 유동성 신호를 먼저 확인할 것. 잭슨홀 연설 직후의 조정이 그 사례다.
  • 데이터 센터의 지리적 공백: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데이터 센터 수주 가능성은 건설·전력·통신 밸류체인 전반의 수혜 구조로 읽을 수 있다.
  • HBM 점유율이 의미하는 것은 지금의 실적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기의 협상력이다. 피지컬 AI 전환에 따른 새로운 초크포인트(SiC 전력반도체 등) 발굴이 다음 관전 포인트다.
  • 정권 교체마다 산업 육성 방향이 바뀌는 문제, 그리고 기술정책 독립기구 논의의 향후 진전 여부.

원본 정보

※ 자막 음차·수치 오차 가능성: HBM 점유율, 데이터 센터 수·증가 속도, 연준 의장 인명 등은 음차 자막 기준이므로 원본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