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을 떠올리면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 즉 문구 회사를 먼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3M은 1976년부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이름을 올려 온 미국 우량기업이고, 배당은 100년 넘게 단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 문구 제품은 이 회사가 보유한 접착제와 필름 코팅 기술 중 우리가 가장 자주 마주친 일부일 뿐, 3M의 본체는 안전 장비부터 자동차·반도체 소재까지를 만드는 소재 과학 기업이다. 문제는 바로 그 기술에 있다. 100년 넘게 회사를 먹여 살린 소재 과학이 지금은 3M을 소송 리스크로 몰아넣고 있다. 이 글에서는 3M의 진짜 정체와 그 기술이 만든 자산, 그리고 뿌리부터 이어진 유산을 정리한다.
문구 회사로만 알려진 3M의 실체ㅣ수요시장
핵심 요약
- 문구 회사는 오해다: 3M은 1902년 연마재 광물을 캐기 위해 설립된 광산 회사에서 출발해, 기재에 접착제를 정밀하게 코팅하는 소재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은 그 기술의 파생 제품이다.
- 우량 기업의 방어선: 다우존스 편입 50년, 배당 무중단 100년 이상, 헬스케어 분리 전까지 65년 연속 배당 인상. 연간 40억 달러를 넘는 잉여 현금 흐름이 이 방어선을 떠받친다.
- 헬스케어 분사의 진짜 이유: 성장성·수익성이 가장 높았던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솔벤툼(Solventum)으로 분사한 것은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군용 귀마개 결함 소송과 PFAS 오염 소송의 거액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한 현금 확보였다.
- PFAS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5년 PFAS 제조를 전면 중단했지만, 뉴저지 주 합의 이후에도 주 정부 소송과 수만 건 규모의 연방 통합 소송(MDL)이 계류 중이며 개인 손해 청구는 본격화 전 단계다.
- 쟁점은 하나: 3M의 미래는 소송 부담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고, 그동안 회사를 지켜 온 것도 위협하는 것도 같은 소재 과학 기술이다.
상세 정리
광산에서 시작된 회사, 소재 과학으로 성장
3M의 시작은 문구도 화학도 아닌 광산이었다. 1902년 다섯 명이 연마재 원료인 코런덤(corundum)을 채굴하기 위해 설립했는데, 채굴한 광물이 연마로 쓸 수 없는 사장석임이 드러나면서 사업은 처음부터 좌초한다. 필요한 원자재를 수입해 직접 사포를 만들면서 회사는 방향을 바꾸고, 이 과정에서 나온 연마포 쓰리엠아이트(Three-M-ite)를 기반으로 입자를 기재에 코팅하고 접착하는 기술을 확보한다. 이 기술이 3M을 소재 과학 기업으로 만든 뿌리다.
20세기 대표 발명품인 스카치테이프도 이 뿌리에서 나왔다. ‘스카치테이프’는 사실 일반 명사가 아니라 3M의 제품명이다.
우연이 낳은 두 명품: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
1920년대 초 투톤 페인트 자동차가 유행하면서 공장 도색 과정의 마스킹 작업이 필수가 됐다. 그러나 마스킹 테이프를 뗄 때 페인트가 같이 벗겨지거나 접착제가 차체에 남는 문제가 상습적으로 발생했다. 이를 본 3M 직원 리처드 드류(Richard Drew)가 접착제 없이도 붙였다 뗄 수 있는 마스킹 테이프를 개발했고, 대공황 시기에는 저렴하게 물건을 고칠 수 있는 도구로 널리 퍼지며 스카치테이프가 자리 잡는다.
포스트잇의 원형은 1968년 나왔다. 3M 연구원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가 반복해서 붙였다 뗄 수 있지만 접착력은 약한 독특한 접착제를 개발했는데, 쓸처가 보이지 않아 몇 년간 묵혀진다. 이후 또 다른 직원 아트 프라이(Art Fry)가 교회에서 찬송가 책갈피가 자꾸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시제품을 만들었고, 책갈피용으로 상사에게 전달하던 중 “책갈피보다 떼어 다시 붙일 수 있는 쪽지가 훨씬 유용하다"는 것을 깨닫면서 포스트잇이 탄생한다.
두 명품의 공통점이 핵심이다.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 모두 접착 기술과, 그 접착제를 종이나 필름 같은 기재 위에 정밀하게 코팅하는 기술의 조합에서 나왔다.
네 개의 사업 축과 그중 하나의 분사
3M은 소재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크게 네 부문으로 확장했다.
- 안전 및 산업: 마스크, 청력 보호구, 추락 방지 장비, 산업용 접착제. 매출 비중 45%로 가장 크다. 저가 대체품은 많지만 안전 사고 시 “왜 3M을 쓰지 않았나"라는 반감을 사는 만큼 브랜드 신뢰가 절대적이다.
- 운송 및 전자: 자동차 전장 소재, 디스플레이 필름, 반도체 소재. 자동차 전장화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으며 매출 비중 두 번째다.
- 소비자: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등 우리에게 익숙한 부문. 인지도에 비해 매출 비중은 의외로 작다.
- 헬스케어: 2024년 4월 솔벤툼(Solventum)으로 분사되어 3M과 분리됐다.
문제는 헬스케어였다. 이 부문은 3M 내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가장 높은 분야였는데도 분사가 선택됐다. 이유는 두 건의 초대형 소송이다. 하나는 군용 전투 귀마개 결함으로 인한 청력 손상 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PFAS 오염 소송이다. 둘 다 2023년에 합의했지만 합의금 명목 총액이 당시 3M의 조정 잉여 현금 흐름 3년 반 치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병원·치과라는 비탄력적 수요 덕에 현금 흐름이 안정하고 다른 사업과의 연관성이 낮은 헬스케어가 현금 확보에는 가장 적합했던 것이다.
분사 이후 실적은 개선됐고 수익성 회복과 함께 지지부진하던 주가는 두 배 이상 올랐다.
브라운 체제: R&D 재투자와 운영 개선
2024년 새 CEO로 부임한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전 L3Harris 최고경영자)은 3M의 정체성인 혁신 회복을 위해 R&D에 재집중한다. 3년간 총 35억 달러를 R&D에 투입하기로 하고, 그중 3분의 1은 R&D 지원 기술 인프라에, 3분의 2는 신제품 개발에 쓰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2025년에는 284건의 신제품을 출시했고, 2026년 상반기에도 176개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출시 속도를 이어 갔다.
운영 측면의 개선도 동시에 진행됐다. 공장과 물류 거점을 통합하고 자동화에 투자하면서 납기 리드타임과 재고 기간을 줄였고, 생산 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함께 올랐다.
PFAS: 뿌리부터 이어진 가장 위험한 유산
3M의 소송 리스크는 PFAS(퍼플루오로알킬·폴리플루오로알킬 화합물, 불소 화합물 계열의 ‘영구화학물질’)에서 출발한다. PFAS의 원형은 맨해튼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우라늄 농축 과정을 견딜 소재가 필요하자 화학자 조지프 시먼스(Joseph Simons)가 탄소와 불소를 결합한 화합물로 문제를 해결했고, 이 결합은 유기 화학에서 가장 강한 단일 결합에 속한다. 우라늄을 견뎠을 뿐 아니라 물과 기름을 밀어내고 불에도 견디는 성질이 뒤따랐다. 이 화학 공정의 지식 재산권을 확보한 3M은 1948년 자사 명의로 특허를 받았고, 1950년에는 시먼스와 함께 전기화학적 불소화 공정(ECF) 특허를 확보했다.
3M은 이 소재를 다양하게 상용화했다.
- 듀폰(DuPont)에 소재를 공급하는 계약 체결
- 1956년, 어떤 용매로도 지워지지 않고 물과 기름을 밀어내는 성질을 활용한 모직물 얼룩 방지제 스카치가드(Scotchgard) 출시
- 1960년대 초 미 해군과 공동 개발한 함상 항공기 화재 진압용 수성막 폼(AFFF). 이후 해군 함정 화재로 100명이 넘게 사망하는 사고가 있자 해군이 수성막 폼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3M의 라이트워터(Light Water)가 미 해군 화재 진압의 표준이 됐다
문제는 그 강한 성질 그대로였다.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수십 년이 지나면 분해되는 다른 화학 물질과 달리 PFAS는 남고, 체내에 축적되어 독성을 일으킨다. 수천 종에 달하는 PFAS 중 문제가 된 것은 3M이 대량 생산하던 PFOA와 PFOS 두 종류다. 1950년대에는 잔류성 화학물질의 환경 위해성을 평가하는 규제 자체가 없었지만, 소송에서 공개된 3M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3M은 두 물질의 독성을 자체 연구를 통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래도 생산을 이어 갔다.
1998년 3M의 생태독성학자가 사임하면서 관련 연구 자료를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보내면서 독성 문제는 외부로 알려진다. 분해되지 않는 성질과 인체 유해성을 알고도 무시했다는 점이 현재 3M이 감당 중인 소송의 가장 큰 근거다.
이후 진행은 이렇다. 2024년 미국 공공 수도 사업자들과의 합의에 이어, 2025년에는 뉴저지 주와 4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합의를 맺었다. 3M이 개별 주와 맺은 첫 대형 합의였다. 그러나 미국 15개 주의 법무장관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고, 2026년 5월에는 호주 정부가 해군 화재 진압 폼 오염에 대한 책임을 묻는 14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수도 사업자와의 합의는 수도 사업자의 정화 의무에 대한 합의일 뿐 개인 손해 청구에 대한 면책이 아니므로, 개인 소송은 아직 본격화 전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에서는 여러 지방법원에 흩어진 사건을 공통 쟁점 기준으로 한 법원에 모아 처리하는 다지구 통합 소송(MDL) 제도로 PFAS 사건이 접수되고 있는데, 계류 건수는 수만 건에 달하며 계속 늘어가고 있다. 3M은 2025년에 모든 PFAS 제조를 완전히 중단했지만 소송 위험은 그대로 남아 있다.
산업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 그리고 남은 과제
정리하면 3M은 헬스케어 부문 분사와 소비자 부문 축소를 통해 산업 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을 이뤘다. R&D 재투자와 운영 개선으로 실적과 주가도 회복했다. 그러나 PFAS 소송은 구조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라서 분사나 축소로 잘라내지 못한다. 알고도 생산을 이어 갔다는 내부 기록이 소송의 핵심 근거로 남아 있는 이상, 이 문제의 해법이 3M의 미래를 결정한다.
보는 포인트
- ‘문구 회사’라는 인식이 얼마나 큰 착시인지: 매출의 45%는 안전 및 산업 부문이고, 포스트잇·스카치테이프의 소비자 부문은 비중이 가장 작다
-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이 ‘우연’이 아니라 접착제 + 기재 코팅 기술의 축적에서 나온 제품이라는 제품사 관점
- 가장 수익성 좋은 사업(헬스케어)이 소송 배상 자금 때문에 잘려 나갔다는 자본 배치의 뒷면
- PFOA·PFOS의 내부 인지 기록이 소송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즉 단순 오염 사고와 ‘인지 후 방치’ 소송의 차이
- 헬스케어 분사 이후 주가 2배와 신제품 출시 가속이 소송 리스크를 상쇄하지 못하는 이유
원본 정보
- 채널: Daishin TV
- 게시일: 2026-09-16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6AcNi_i2IfA
- 길이: 9분 17초 · 조회수 194,467회 (수집 시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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