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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로 본 미래 서울, 더 좁고 높아질 겁니다: 남성현·조정현의 압축 개발론

IBK투자증권 연구원들이 도쿄의 압축 개발 사례로 본 서울 부동산의 미래, 용적률 이양과 프로젝트 리츠를 정리했습니다.

인구가 줄면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IBK투자증권 남성현·조정현 연구원은 도쿄를 직접 답사해 보고서를 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구가 줄어도 도시 내부 개발 수요는 줄지 않는다. 다만 확장 시대가 끝나고 압축의 시대가 온다.

도쿄로 본 미래 서울, 더 좁고 높아질 겁니다 - 남성현, 조정현 연구원 (IBK투자증권)

핵심 요약

  1. 인구가 줄어도 개발은 줄지 않는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원룸·오피스텔 수요가 오르고, 가구가 증가하는 구조. 도시가 노후화되면 재생 수요는 계속 발생한다.
  2. 확장에서 압축으로: 도시가 계속 외곽으로 넓어지는 시대는 끝났다. 재생 수요는 쏠리는 지역에 한정돼 압축된 형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3. 도쿄의 방식은 운영형: 미쓰비시지소 같은 디벨로퍼는 땅을 오래 보유하고(마루노치 일대 60~70%), 분양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직접 운영하며 임대 수익을 낸다.
  4. 녹지가 돈이 된다: 미쓰비시지소는 건물을 더 짓는 대신 녹지 공간 조성에 공을 들인다. 사람이 몰리는 공간을 만들어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계속 오른다.
  5. 아자부다이힐즈는 37년 걸렸다: 모리빌딩이 참가조합원 제도로 37년을 설득·개발했다. 오피스 40%·주거 40%·상업 20%의 압축 도시.
  6. 일본식 용적률 이양: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이 터닝포인트. 못 쓴 용적률을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보존과 개발을 양립시켰다.
  7. 서울의 조건: 복합개발 성공 요건은 역세권(교통 결절지·유동인구·개발가능 부지) + 업무지구 가능 지역. 용산·광운대역세권이 그 후보군이다.

상세 정리

왜 도쿄인가

한국의 거시 환경은 일본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 일본은 2010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한국은 2025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고령화 비중도 2024년부터 초고령사회 수준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인구구조가 같아지면 도시 개발의 패턴도 닮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원들이 3월 직접 도쿄 업체들을 미팅하고 도보로 탐방한 이유다.

인구 감소 ≠ 개발 감소

“인구가 줄어들면 도시 내부 개발 수요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연구원들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과거엔 3~4인 가구 기준으로 개발했지만 지금은 1~2인 가구 단위로 봐야 하고,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가구는 증가하는 형국이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처럼, 오피스텔·원룸 수요는 여전히 있다.

다만 시대가 바뀌었다. 확장 시대는 끝나가고, 도시가 노후화되면 그 수요에 맞춰 재생하는 단계로 진입한다. 모든 도시가 복합개발되는 게 아니라, 복합개발 수요가 쏠리는 지역 쪽으로 한정돼 도시 재생이 이뤄진다. 압축된 형태의 개발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다른 개발 문법

도쿄 마루노치 지역(오테마치·마루노치·유라쿠초)은 미쓰비시지소라는 단일 기업이 토지의 60~70%를 보유하고 있다. 낡은 오피스를 하나씩 다시 짓는 게 아니라 권역 전체를 개발한다. 그리고 강조점이 다르다. 용적률이나 분양 수익성보다 “그 권역에 얼마나 사람을 몰리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빌딩을 한 동 더 올리면 임대 소득이 늘지 않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답은 “돈을 벌기 위한 장기 수단"이다. 분양해 엑시트하는 구조가 아니라 장기 운영하는 구조라서, 핵심 입지의 희소성이 생명줄이다. 지금 분양해 버리면 지속 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하다. 사람들을 몰리게 해서 집객력을 확보하고 임대 수익으로 가는 구조다. 외국인 인바운드가 늘자 호텔·전망대까지 더해 권역을 확장하고 있다.

분양 vs 운영의 차이

왜 한국은 ‘짓고 팔고 빠지는’ 구조일까. 차이의 핵심은 토지 소유 주체다. 일본 디벨로퍼는 땅을 이미 오래전부터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의 개발 역사는 관(官)에서 시작됐다. 관이 소유한 땅을 개발하는 형태였으니, 분양해서 회수하는 구조가 자연스러웠다.

여기에 제도의 차이도 있다. 일본에는 ‘참가조합원 제도’가 있다. 시행사가 사업비의 일정액을 내고 개발사업에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모리빌딩은 아자부다이힐즈 개발에서 일부 참가조합원비를 내고 조합을 이끄는 한 사람이 됐다. 우리나라는 도시정비법상 시행사가 아니라 조합이라는 새 법인이 설립되는 구조라 방식이 다르다.

아자부다이힐즈, 37년의 설득

아자부다이힐즈는 학교·종교시설·쇼핑몰·의료시설까지 들어간 압축 도시다. 오피스 비중 40% 이상, 주거 40%, 상업 20%. 이런 개발이 완성되기까지 37년이 걸렸다. 모리빌딩은 37년 동안 이 개발이 미래지향적이라고 설득했고, 록본기힐스 같은 성공 사례가 쌓이면서 원주민에 대한 설득력도 높아졌다.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근거리에 모든 게 있어야 한다는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국내 유사 케이스로는 롯데월드타워가 언급됐다. 롯데가 직접 부지를 보유·개발해 거주·호텔·쇼핑·오피스(20%)를 갖춘 복합개발로, 관광객 수요 폭발에 롯데물산 영업실적이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다. 기존 토지 소유자가 개발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민간 기업이 토지를 매입해 목적성을 가지고 개발하는 형태가 효율적으로 굴러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복합개발의 조건: 역세권 + 업무지구

성공 가능한 조건은 역세권이다. 교통 결절지·대규모 유동인구·개발 가능한 유효 부지의 삼박자. 시부야가 대표 사례다. 도큐(철도회사)라는 시행사가 보유한 부지를 바탕으로 개발했고, 구글 등 IT 기업이 들어오면서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에서 이 조건을 갖춘 곳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광운대역세권 같은 곳이다. 용산은 공공 주도에 민간 합작 방식, 광운대는 공공이 민간에 매각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연구원들의 결론: 추가로 토지를 확보하는 건 너무 어렵고, 이미 상업용 부동산·토지를 많이 가진 회사들이 유리할 것이다. 이들의 수익 구조는 분양형이 아니라 운영형 시행사로 전환될 것이다.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

일본에서 주목할 제도는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이다. 민간 사업자에게 용적률을 최대한 높여주고, 공공 기여를 얼마나 할지를 논의하는 과정이 법제화된 것이다. 상징 사례는 미쓰비시지소의 도쿄빌딩. 도쿄역으로부터 쓰지 않은 용적률을 이양받아 기존 용적률 약 1000%에서 1266%까지 상향시켰다. 법적 상한을 뛰어넘는 제도적 통로를 만든 것이다.

보존 건물의 페널티도 같은 문법으로 푼다. 보존해서 못 쓴 용적률을 옆 부지로 팔아넘기는 형태다. 땅 파면 유물이 나오는 강북 같은 곳에도 시사점이 있다.

한국도 비슷한 인센티브가 있다. 역세권 활성화 사업·모아타운으로 용적률 상향, LH 재개발로 법적 상한의 120%까지 확대. 관건은 공공이 사회 유지 차원에서 무엇을 받아오느냐다.

운영형으로의 전환과 자금 조달

“한국 건설사·영세 시행사가 직접 보유할 자금 조달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답은 두 가지다. 미쓰비시지소는 신용등급이 높아 1~2%로 조달한다. 그런데 한국에도 ‘프로젝트 리츠’라는 새 제도가 있다. 토지를 현물 출자하면 정부가 리츠 지분 매각 때까지 조세 징수를 연기해주는 구조다. 단기 세금 부담을 유예해주면서 안정적인 파이낸싱 구조를 만든 것이다.

롯데물산은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이 약 1,300억 원에 이르면서 자신감을 얻어 선유도역 쪽 토지를 매입해 개발 중이다. 신세계프라퍼티도 스타필드 경험을 바탕으로 복합개발 형태로 확장 중이다. 자본 조달 방식이 원활해지면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젠트리피케이션과 공공성

아자부다이힐즈에는 공공임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녹지 공간 확보 같은 형태로 공공 기여가 이뤄진다. 원주민들은 대부분 여전히 살고 있어, 젠트리피케이션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대안으로 연구원들은 두 가지 축을 제시했다. 재개발을 통해서는 SOC 인프라 제공, 재건축을 통해서는 민간이 내놓는 임대주택.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동기 요인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한국의 숙제: 일자리가 없는 도시

연구원들의 뼈아픈 지적이 있다. 일산과 분당의 차이. 일산도 1기 신도시로 택지 조성이 잘 됐지만 분당과 차이가 크다. 결정적 차이는 업무지구의 유무다. 업무지구가 없으니 소득이 없고, 소득이 없으니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고, 라페스타 같은 상권이 몰락한다. 과거 고성장 시대엔 자연스럽게 해결됐지만 지금은 고착화되는 구조다.

정부는 GTX 같은 접근성 인프라에 포커싱하지만, 거주 지역의 접근성만 높여준다고 도시 기능이 살아나진 않는다. 민간이 개발에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공공은 규제 완화로 마중물을 넣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

제도적으로도 문은 열리고 있다.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2023년 발표)에 따라 35층 규제가 폐지됐고, 역세권을 단순 교통 결절지가 아니라 복합개발 전환 가능 지역으로 만들었다.

다만 모든 지역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복합개발 + 업무지구가 들어갈 수 있는 지역만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고, 상권 집중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의 미래는 “더 좁고 높아질 것"이라는 제목 그대로다.

보는 포인트

  • 인구 감소 시대의 도시 재생: 확장 종료, 압축 시작
  • 미쓰비시지소의 운영형 개발과 녹지 전략
  • 아자부다이힐즈 37년, 참가조합원 제도의 차이
  •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과 용적률 이양
  • 프로젝트 리츠라는 자금 조달의 새 문
  • 일산 vs 분당: 업무지구 유무가 만든 차이
  •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과 35층 규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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