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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좌와 극우가 흔드는 독일: 베를린 주택난과 기성 정치 붕괴가 부른 정치적 지각변동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우 AfD뿐 아니라 극좌 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배경과, 베를린 주택 임대료 폭등 및 대형 부동산 몰수 주민투표가 촉발한 유럽 정치의 양극화를 분석했습니다.

유럽 정치를 논할 때 언론은 흔히 극우 정당의 약진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유럽 경제의 심장인 독일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위태롭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구동독 지역을 휩쓰는 사이, 수도 베를린과 대도시 청년층에서는 기성 정당을 거부하고 극좌 정당과 좌파 신당이 제1당으로 도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베를린을 전 세계에서 가장 임대료 상승률이 가파른 도시로 만든 주택난과, 중도 연합 정부의 무능이 빚어낸 정치적 양극화의 실체를 짚었다.

극좌 베를린 시장의 탄생? 충격의 독일 선거 근황 [지구본 뉴스룸]

핵심 요약

  1. 양극단의 동시 부상: 독일 정치는 중도 우파(기민당·기수당)와 중도 좌파(사민당)의 안정적인 양당 구도가 해체되고, 동독 지역의 극우(AfD)와 대도시 거점의 극좌(좌파당 및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 BSW)가 동시에 급성장하는 파편화에 직면했다.
  2. 베를린 주택 임대료 폭등의 뇌관: 힙스터와 테크 스타트업이 몰려들며 베를린의 임대료는 코로나 전후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다. 저렴한 공공 주택이 소멸하면서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극에 달했다.
  3. 2021년 부동산 몰수 주민투표의 충격: 베를린 시민들은 3천 호 이상을 보유한 대형 민간 부동산 기업의 아파트를 시가 강제로 환수(국유화)하자는 주민투표를 59%의 찬성으로 가결시키며 사유재산권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장을 일으켰다.
  4. 신호등 연정의 붕괴 위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녹색당·자민당 연립정부는 에너지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경제 침체 속에서 지지율이 바닥으로 추락하며 극단주의 세력의 집권을 막을 방벽을 잃어가고 있다.

상세 정리

안정된 합의 정치의 종말

전후 독일 정치는 타협과 중도의 상징이었다. 극단주의의 참상을 겪은 역사적 반성 위에 5% 봉쇄 조항을 두고, 좌우 기성 정당이 연정을 꾸리며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동독 지역 지방선거 결과는 충격적이다:

  • 튀링겐과 작센주 등에서 극우 AfD가 30%가 넘는 득표율로 1당 또는 2당을 꿰찼다.
  • 동시에 극좌 포퓰리스트 성향의 신당인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이 창당 직후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며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 반면 중앙 정부를 구성하는 집권 여당(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은 의회 진입 기준인 5%를 겨우 넘기거나 탈락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베를린을 뒤흔든 주거 위기

극좌 세력이 수도 베를린에서 득세하게 된 결정적 방아쇠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통일 직후 베를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싸고 방값이 저렴해 가난한 예술가와 청년들이 몰려들던 자유의 해방구였다. 그러나 글로벌 유동성이 유입되고 대형 기관 자본(도이체 보넨 등 민간 주택 임대 대기업)이 주택 수만 채를 사들이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 베를린은 수년 만에 전 세계에서 임대료 상승률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돌변했다.
  •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주택(Affordable Housing)‘이 시장에서 증발했다.
  • 거주민들은 계속해서 도시 외곽으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직면했다.

사유재산 몰수 투표와 극좌의 약진

주거 불안에 폭발한 베를린 시민들은 급기야 2021년 급진적인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다:

  • “24만 채가 넘는 대형 부동산 카르텔의 주택을 베를린시가 강제 수용해 공공 자산화하라”
  • 59.1%라는 압도적인 찬성표가 쏟아졌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이었으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인 사유재산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정책이 과반의 지지를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독일 사회에 거대한 정치적 지진을 일으켰다. 기성 정당들이 법적 문제와 보상금 재원(수십조 원) 부족으로 실행을 주저하자, 시민들은 이를 즉각 강제 집행하겠다고 공약한 극좌 정당으로 표심을 옮겨갔다.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독일 경제의 그림자

정치 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과 경기 침체다.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산업 모델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붕괴했고, 자동차 산업은 중국의 전기차 공세에 밀려 사상 초유의 폭스바겐 공장 폐쇄 위기에 몰렸다.

경제 파이가 줄어들고 삶의 질이 악화되자, 국민들은 외국인 난민 추방을 외치는 극우 정당과 자본 몰수 및 반미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극좌 정당으로 양극단 분열하고 있다. 베를린 시장 선거는 단순한 지역 정치가 아니라 서구 자유민주주의 모델 전체가 맞닥뜨린 체제 위기의 축소판이다.

보는 포인트

  • 중도 연정 모델이 무너지고 극우(AfD)와 극좌(BSW, 좌파당)로 분열하는 독일 정치의 지형도
  • 저렴한 문화 수도 베를린이 대형 자본 유입과 주택 임대료 폭등으로 겪은 사회적 갈등
  • 대형 임대 기업의 아파트를 강제 수용하자는 사유재산 몰수 주민투표가 던진 충격파
  • 러시아 가스 차단과 제조업 침체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포퓰리즘 정치를 심화시키는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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