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이 랠리를 지탱하는 세 개의 축이 모두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첫째 축은 유동성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권은 연준이 아닌 재정과 우회 수단을 통해 돈을 풀어온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그 흐름이 통제되거나 역전될 수 있다. 둘째 축은 AI 캐펙스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 투자는 금액 기준으로는 늘어나지만 증가율은 100%대에서 한 자릿수까지 접어들 것이고, 주가는 금액이 아니라 증가율에 반응한다. 셋째 축은 신용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회사채 발행과 GPU 담보 순환 금융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엔론 이후 처음 겪는 위험 구조다. 한국 시장은 여기에 국민연금 신뢰 손상과 반도체 의존 구조, 그리고 고가 주택 가격 안정에만 몰두한 부동산 대책의 부작용이 겹쳐 있다. 핵심은 지금이 무조건 상승하는 시대가 아니라, 유동성은 풀려 있지만 전제들이 하나씩 꺾이는 구간이라는 것이다.
[풀버전] '중간선거 전 어떻게든 돈 풀 겁니다' 미국 증시 다시 한 번 폭발하나 | 경읽남과 토론합시다 | 3자토론 김대호x홍춘욱x김광석
핵심 요약
- 결론: 중간선거 전까지는 재정·우회 수단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이어져 주가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지만, 선거 이후는 여소야대 여부에 따라 그 전체가 반전될 수 있는 대형 변수다.
- AI 캐펙스의 꺾임: 5대 하이퍼스케일러(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2024년 약 0.2조 달러에서 2026년 약 0.8조 달러로 두 배씩 불었지만, 2027년 전망치는 약 1조 달러 — 증가율이 100%에서 10~30%로 접어든다. 증가율 둔화는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진다.
- 한국 주식시장의 신뢰 손상: 국민연금의 보유한도 초과·리밸런싱 공포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반도체 조정이 겹치며 국내외 신뢰가 무너졌고, 코스피가 반도체 두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상 강한 상승세 재연이 어렵다는 진단.
- 최대 리스크는 회사채 시장: 오라클을 비롯한 AI 인프라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과 CDS 프리미엄 급등, GPU를 담보로 한 순환 금융의 감가상각·마진콜 위험이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 부동산 대책의 방향 오류: 세제·공급·금융 대책 모두 고가 주택 가격 안정에 초점을 뒀고 실제 공급 확대 구체안은 부족하다. 비거주 일주택자 타격으로 임대 물량이 본인 거주로 전환되면 전월세 시장이 흔들린다.
상세 정리
미니버블의 출현과 소멸: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 회고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은 미니버블이 생겼다가 꺼진 1년이었다. 버블은 보통 세 가지 요소가 겹칠 때 형성되는데, 이번에는 세 요소가 모두 갖춰졌다.
- 유동성: 일본의 저금리, 미국의 돈 공급, 한국 정부의 재정 확장까지 세계적으로 돈이 넘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 스토리텔링: “과거에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신기술·파괴적 혁신 서사가 붙었다.
- 새로운 투자 수단: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상장되며 폭발적 수요를 받았다.
이 세 요소가 겹치면서 지수가 단기간에 수천 포인트 급등했고, 이후 조정은 유동성에서 끊어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증거금 규제부터 최소 예탁금 요건까지 다양한 규제가 도입됐다. 2010년 ELW 시장이 규제 이후 대중 참여가 사실상 차단된 선물·옵션 전문가의 세계로 변한 것이 전례다. 여기에 7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미니버블은 끝났고, 시장은 바닥 확인 여부를 놓고 재정비 구간에 들어갔다.
정책 신뢰를 깬 두 가지: 국민연금과 레버리지 시점
현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기본 방향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상법 개정, 쪼개기 상장 — 은 방향성으로는 긍정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두 가지 결정적 실수가 1년간의 노력을 지워버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첫 번째는 국민연금이다. 작년 말부터 주식 보유한도를 지키지 않았고, 한도를 사실상 올리면서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았다. 규정을 정해놓고 그것을 지키지 못할 때 충분한 시장 설득도 없었다는 것. 국민연금의 이상적 작동은 주가가 떨어질 때 사고 오를 때 파는 방향인데, 상승 국면에서 한도를 초과해 보유하다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리밸런싱을 시작했다는 보도 자료 하나가 “팔아치우는구나"라는 공포로 작동했다. 7월 1일부터 팔기도 전에 공포가 먼저 퍼졌다.
두 번째는 타이밍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돼 초기 주가 폭등 효과가 나타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5월 말이었고, 국민연금 리밸런싱 공포가 퍼진 것은 7월 1일이었다. 거기에 반도체 경기의 일차적 조정이 같은 시기에 터졌다. 악재가 하나씩 오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겹치는 화불단행 구조였고, 그 결과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미국 주식시장은 같은 반도체 조정에도 흔들리지 않고 상승을 이어간 것과 대비된다.
정책 평가의 요점은 명확하다. 의도와 대부분의 정책은 좋았지만, 마지막 하나의 큰 실수가 집을 태워버린 격이 됐다. 그리고 수습이 지금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신뢰가 붕괴된 시장의 특징도 함께 지적됐다. 상승 전망이 지수에 그대로 반영되던 신뢰 시기와 달리, 이제는 조금만 올라도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온다. 지수가 오르더라도 매번 “다음 저점 테스트” 의문이 붙는 구조가 그 흔적이다.
하이퍼스케일러 캐펙스: 금액은 늘어도 증가율은 꺾인다
미국 증시 상승의 엔진인 AI 투자 사이클의 정체는 증가율 둔화다. 다섯 개의 하이퍼스케일러가 2024년에 약 0.2조 달러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했다면, 2025년에는 약 0.4조 달러, 2026년에는 약 0.8조 달러로 매년 두 배씩 불었다. 그런데 2027년 전망치는 1조 달러 조금 안 된다. 증가율로 환산하면 100%대 성장이 20~30%로 접어들고, 2028년 전망치 약 1.1조 달러 기준으로는 10% 안팎이다.
금액이 늘어도 증가율이 꺾이면 투자 논리가 바뀐다. 연중 두 배 성장을 가격에 반영해온 투자자에게는 100%와 20% 사이의 갭을 누군가 지불해야 한다. 자금 조달 구조도 같은 방향이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이 올해 거의 마이너스를 향해 가고 내년부터는 마이너스로 전환될 전망인데, AI 패권 경쟁 중이라 캐펙스를 멈출 수 없으니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투자적등급 기업의 가산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로 생산성이 튀는 기업이라 스스로 부르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성장 서사와, 빚을 져서 투자하는 신용 구조 사이의 괴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황 자체는 실물 기준으로 여전히 좋다. 내년에도 하이퍼스케일러 투자는 늘고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계속 나온다. 그러나 자본시장은 영업이익의 크기가 아니라 그 증가율의 방향에 따라 밸류에이션을 다시 매긴다. 여기에 공급망 병목이 이동한다는 변수가 붙는다. 작년의 병목은 GPU였고 올해 상반기는 HBM과 D램이었다. 병목이 걸린 영역이 자본시장의 주도주가 되는데, 그 병목이 D램이 아닌 곳으로 옮겨가면 한국 시장의 주도 구도도 바뀐다. 코스피가 반도체 두 기업에 크게 의존하는 한, 이전과 같은 강한 상승세를 제연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메모리 가격의 꺾임 속도도 참고 지표다. 분기별 상승폭이 1분기 90%대에서 2분기 60%, 3분기 20% 안팎으로 접어들고 4분기는 하락 전망이라는 관측이 있다. 물가·경기 주도권이 메모리에서 다른 영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반도체 수요와 AI 사이클 자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슈퍼사이클이 메모리에 얼마나 머물지에 대한 접근은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국채 금리와 중간선거: 유동성은 계속 풀린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대체로 건실하고 통화량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주가 상승 기조 자체를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대형 변수는 국채다. 유통 시장의 국채 금리 단기 안정은 금리 인하 기대감의 반영이지 근본 해법이 아니다. 문제는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입찰 시장인데, 20년물·30년물 금리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분쟁 지출까지 겹친 만큼 국채 공급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 국채 문제가 미국의 통화·외환 개입을 설명한다. 일본 엔화 위기 때 미국 재무부가 나선 것은 우방이라는 명분 외에, 일본이 미국 국채를 팔아 엔을 방어하면 국채 가격이 추가 하락한다는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엔화 방어에 쓰인 것은 FIMA 레포 — 외국 정부·기관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연준 시설 — 로, 연준 내부 반대에도 대규모로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나간 달러는 그대로 유동성 공급이 됐다. 재무부의 외환 개입을 환율 전문가의 손으로 실행시킬 수 있었던 배경도 이 국채 방어의 필요성이다.
유동성 공급 전망에서 논점은 두 갈래로 갈린다. 연준의 직접 금리 인하 여부와, 그것과 별개로 지속되는 재정·우회 수단의 돈 공급이다.
- 연준 금리 인하의 가능성: 물가가 연중 두 번째 헤드라인·근원 지표 모두에서 하락하는 꼬리를 확인한 만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조성될 여지가 있다. 단기 물가 안정 수단으로 중국산 생필품·공산품 수입 급증이 실제로 작동해왔다는 가설 검증 결과도 있다. 여기에 잭슨홀에서 절사평균 PCE 기준 도입을 선언할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인하 기대감은 배가된다.
- 연준 동결의 가능성: 시장금리가 가장 정확한 지표라는 관점에서는 2년물 국고채 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이 향후 2년 평균 금리 인상을 가정하고 있다는 신호다. 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임기를 넘겨 이사직을 유지해온 전 의장과 복귀한 이사들의 매파적 스탠스를 근거로 인하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두 관점이 겹치는 지점은 선거 전이라도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그와 별개로 유동성은 계속 풀린다는 것이다. 부채한도를 대폭 끌어올린 법안(OBBBA)으로 마련해둔 재정 여력, 비축유 공매, 달러 가치의 의도적 하락 유도(무역수지 개선을 통한 유동성 효과) 같은 연준 밖 수단들이 선거 때까지 집중 동원된다는 관측이다. 재정은 분쟁 지출로 인해 선거용 지출을 늘릴 여지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보정도 함께 나왔다.
정책금리 인하 기대의 성격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연준은 항상 물가를 말하지만 정책금리의 급박한 변경 판단에는 자산시장 가격을 늘 함께 본다. 유동성 파티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리 인하를 선언해 상승 탄력을 더 밀어주는 정책에 대해 연준 내부의 신중파가 제동을 걸고 있는 구조라는 것. 절사평균 PCE는 인플레 구성 요소를 재정의해 물가를 낮게 측정하게 되는 통계 기준이기도 하다. 즉 동결을 유지하다가 틈이 보이면 인하 쪽으로 갈 명분이다. 이런 기준 변경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한 번 더 밀어올릴 수 있고, 미국 유동성은 훨씬 더 풀린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연준 의장의 성격 규정도 논점이다.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정책 방향 자체가 정권에 맞춰지는 성향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분석이다. 연준 이사 시절의 정치적 발언 기록, 정권 교체기에 사표를 냈던 이력, 그리고 지금은 통화량 증가와 금리 인하에 시장이 놀랄 만한 논리 — “AI가 공급을 대량으로 늘리니 수요·공급 이론은 의미가 없다” — 까지 만들어내는 행보가 그 근거로 제시된다.
하반기 리스크 지도: 회사채 시장과 순환 금융
하반기에 예의 주시해야 할 최대 리스크는 AI 투자 지속이라는 시장 전체의 기저 전제가 무너지는 국면이다.
첫 번째 경보는 회사채다. 하이퍼스케일러 중 하나인 오라클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경계까지 내려왔고, 실제 부여되는 가산금리는 더 낮은 등급 수준이다. 주가는 올해 들어 크게 하락했고 신용평가사의 강등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부도다. 오라클이 발행한 채권 규모를 생각하면 부도 시 회사채 시장 전체가 붕괴할 수 있고, 엔론 쇼크와 유사한 연쇄가 시작된다. 오라클이 건설한 데이터센터의 주 사용자가 오픈AI인 스타게이트 진영이라는 점이 연쇄를 넓힌다.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스타게이트 진영 기업들, 오픈AI 상장 계획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어느 한 곳이 어려워지면 다른 대형 기술 기업들이 신규 투자 대신 어려운 회사의 자산을 저가 매수하는 방향으로 돌아서면서 AI 투자의 방향 자체가 바뀐다.
부도 위험의 실시간 지표는 CDS 프리미엄이다. 부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기업군에는 오라클, 스페이스X, 메타가 꼽힌다. 주가가 비쌀 때는 자본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만, 신용이 꺾이는 국면에는 같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서 막힌다. 블룸버그의 CDS 데이터나 오라클 주가의 기술적 지지선 유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하반기 관측의 기본이다.
두 번째 경보는 순환 금융이다. 엔비디아 GPU 구매자들에게 금융사 협력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지원한 사례는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다. 닷컴 버블 붕괴 때 루슨트 테크놀로지와 시스코가 했던 것과 동일한 구조, 즉 물건을 파는 쪽이 구매자의 자금을 융통해주는 순환 금융이다. GPU 구매자가 그 GPU로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상환에 차질이 생기고, GPU를 담보로 한 금융은 기술 세대 교체에 따라 담보 가치가 빠르게 감가상각된다. 담보 가치 하락은 마진콜로 이어지고, 레버리지 펀드 사태 같은 개별 폭발로 번질 수 있다.
지켜봐야 할 관점 포인트는 명확하다. 각 회사가 캐펙스 대비 얼마나 수익률(ROI)을 내는가. 이 지표가 나쁘게 꺾이는 순간 시장 전체가 재평가될 수 있다. 닷컴 버블의 교훈을 다시 옮기면, 금융시장은 예언자의 경고 한 번으로는 무너지지 않는다. 1996년의 “비합리적 열광” 경고 후에도 주가는 2000년 3월까지 상승을 이어갔다. 따라서 달리는 말을 계속 타되, 말의 체력이 소진되기 전에 뛰어내릴 준비를 해둔다는 것이 균형 잡힌 대응이다. 마이클 버리 같은 투자자의 공매도 선언이 반복돼도 시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중국 반도체와 점유율: 실적은 좋아도 주도권은 위험
하반기 캘린더의 축은 9월 미중 정상회담, 11월 미국 중간선거, 11월 말 에이펙 정상회담의 세 지점이다. 정상회담들 사이 국면은 미중 협조의 표면 유지 — 시장이 불확실성 완화로 받아들이는 국면 — 이고, 여기에 유동성 효과가 맞물리면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진다. 다만 이 유동성은 없는 돈을 끌어다 쓰는 “위험한 유동성"이라는 규정이 붙는다. 정상회담과 선거 사이의 대외 안정 국면에서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어들지만, 유동성이 갑자기 깨지는 국면에는 산업 마이크로 변수가 조정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그 산업 변수로 지목되는 것이 중국이다. AI 모델에서 중국의 수준은 최신 서구 모델에 근접했고, AI 서비스 영역에서는 오히려 다양성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GPU 자체는 뒤지지만 인프라의 다른 영역과 피지컬 AI로의 확장을 포함하면 AI 밸류체인 전반에서 중국이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반도체에 직접 적용되는 수치가 점유율이다. 중국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작년까지 8%였고 올해 12%로 추정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내년 내내 좋을 것이란 전망과 별개로, 시장 주도 구도에서 점유율은 꺾일 수 있다. HBM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이미 조금씩 줄어드는 중이고, 중국이 반도체 밸류체인 완성을 선언한 데 맞서 미국도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밸류체인을 통합하는 움직임이 있다. 점유율 하락 발표나 그 우려가 팽배해지는 시점은 유동성 장세 속에서도 조정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부동산 대책의 진단: 주거 안정이 아니라 고가 주택 가격 안정
부동산 정책의 평가는 목적과 작용·효과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세 차례에 걸친 대책 — 세제(8·3), 공급·금융(8·13) — 의 공통 문제는 실제 공급 확대 구체안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작년의 대책부터 올해 가을 대책까지 공급을 늘리겠다는 표현은 반복됐지만, 실질 물량은 내년·내후년에나 나온다. 대표 사례로 제3신도시 중 교산에서 올해 분양 물량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신도시 개발이 특정 시기에 더디게 진행된 것이 원인이고, 과천·창릉부터 이어지는 순차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대책의 실제 목표를 재구성하면 이렇게 된다. 물량이 2년 뒤에야 나오는 상황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 밴드웨건 효과를 가진 강남 고가 주택 시장에 세금 폭탄을 떨어뜨려 가격 상승과 뉴스 효과를 차단하고, 그 아래 20억 이하 시장은 사실상 포기한 설계다. 즉 정책의 실질 목표는 주거 안정이 아니라 최고가 주택의 가격 안정이다. 이 목표 구성은 확장 재정과 충돌한다. 수요를 누르는 규제를 쓰면서 예산은 기록적 확장 예산으로 짜는 구조에서, 재정의 승수 효과가 경제에 돈을 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가치는 오르는 환경이 다시 만들어진다. 희소성이 극도로 높은 자산일수록 가격은 상류층의 수요에 좌우되는데, 세금이 오래 지속된다고 판단하는 사람보다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일관성의 관점에서는 초과세수를 축재·상환하며 재정건전성으로 갈 때 가격 안정 목표가 겨우 가능성이 있는데, 확장 재정으로는 양쪽을 다 잡을 수 없다는 것이 그 논리다.
관점이 갈리는 지점도 있다. 하이에크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명제를 빌린 강경한 비판 — 한평생 본 부동산 정책 중 가장 엉터리이고, 한국 경제를 패망으로 몰 수 있는 독소 조항을 갖췄다는 것 — 와, 정책을 무리수로 읽되 그것이 몰라서가 아니라 시간 벌기 설계라는 온건한 해석이 공존한다. 온건한 해석은 당장 2년간 공급이 없어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강남 고가 시장의 세금 폭탄으로 시간을 벌고, 2년 뒤 공급 물량이 나올 때 총선과 함께 승부를 본 설계로 읽는다.
부동산 정책의 본질적 기준은 별도로 있다. 통화정책의 목적이 물가 안정이라면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가격 안정이 아니라 주거 안정이다. 가격 안정이 주거 안정에 도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안정을 위해 주거 안정이 흔들린다면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주거 불안을 겪는 계층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임차가구를 포함한 무주택 가구다. 따라서 주거 안정 정책은 매매시장이 아니라 전월세시장 안정화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지금의 정책 기조는 오히려 전월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측면이 크다.
그 구체적 경로는 비거주 일주택자에 대한 조세 혜택 철폐다. 전세로 살면서 본인 집은 다시 전세로 놓아 임대료를 받는 사람의 비율이 상당하다 — 전세 100가구 중 14가구 안팎이라는 관측이 있다. 비거주 일주택자의 각종 혜택이 사라지고 보유세까지 오르면, 이 사람들이 보유한 임대 물량이 임대료 수준의 변동 없이 대규모로 본인 거주용으로 전환된다. 능력이 되는 사람은 집을 비워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본인 사용을 이유로 임대를 끊는다. 1주택자와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1주택자를 직접 타격하면서 임차인을 쫓아내는 역설이 생긴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 조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스스로 수정 압력을 받는 구간이다. 실제로 정부가 대책 수정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특공제 한도제: 집 팔기 경쟁을 부르는 설계
세제 개편의 가장 중요한 조항은 장기보유 특별공제의 한도 설정이다. 장특공제의 원래 기능은 인플레 헤지다. 오래 보유할수록 공제 혜택이 커지는 당근 정책이다. 이번 개편은 당근을 제거한 채 한도를 10억원으로 묶는 채찍 중심 설계다.
숫자로 보면 문제의 크기가 드러난다. 30년 전 10억원에 산 집이 지금 80억원이 됐을 때, 기존 장특공제를 적용하면 양도세는 2~3억원 수준으로 낮고 거래도 자유롭다. 그런데 2028년부터 한도 10억원이 적용되면 같은 매매에 양도세 부담이 수십억원 단위로 뛴다. 그러면 합리적 선택은 한 가지뿐이다. 2028년 이전에 팔아야 한다.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일수록 지금 팔 때 누리는 혜택이 20~30억원에 달하고, 2028년 이후에는 그 혜택이 사라진다.
여기서 설계상의 치명적 변수가 정치 일정이다. 2028년까지 정권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면 무조건 파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 전에 정책이 바뀐다고 보면 팔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확정되지 않은 정책을 이런 식으로 던지면 시장과의 경쟁 구도가 생기고, 그 경쟁 자체가 정부가 원하는 가격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만든다. 정책을 전쟁하듯 설계하면 역반응으로 집값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이 조항에 대한 핵심 비판이다.
보완책 논의는 세 갈래였다. 공급 쪽에서는 LH 공사에 대한 특별법이 시금석이다. 공사가 공급을 못 늘리는 이유는 자본금 부족과, 손해를 봐도 경영평가에서 벌을 받는 구조 두 가지다. 대규모 증자와 손실 책임 불문, 주택 호수 중심의 경영 평가 원칙까지 법제화되지 않으면 몇 년 안에 몇만 가구 단위 분양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반면 부동산 PF 대출을 다시 정부 보증과 함께 풀어주는 금융 대책은 위험하다. 2022~2023년의 PF 부실이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였고, 그것을 금융 규제로 막아놨기에 위기 전이가 없었는데, 그 안전장치를 없애면서 공급을 늘리면 부실·공급부족의 악순환으로 돌아간다.
재정 쪽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제시된다. 싱가포르 모델처럼 초과세수로 정부가 대대적으로 주택을 지어 공급 확대 메시지를 명확히 주는 것. 지금의 정책은 채찍 — 세금 인상 — 만 있고 당근이 없다. 세금이 올라가는 정책은 역설적 효과를 낳는다. 20억원 안팎 자가에 대한 종부세 감면조차 종부세 과표 전체가 올라가면서 기존 자가의 내년 세금 인상으로 상쇄된다. 인센티브 설계 — 예컨대 다주택자가 공급에 기여하는 방식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구조 — 가 없으면 다 같이 반발하거나 다 같이 망하는 정책이 된다.
마지막 기준은 역시 주거 안정이다. 정책으로 가격을 잡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가격은 정책과 거시 경제 변수, 수요와 공급이 함께 결정한다. 물을 바가지로 퍼서 위로 던져 거꾸로 흘리려는 정책은 디스토션을 만든다. 임대차시장 안정화를 통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불안 완화에 초점을 옮기는 것이 대책 수정의 올바른 방향이다.
보는 포인트
- 증가율이 곧 주가다: 하이퍼스케일러 캐펙스의 금액 증가가 아니라 증가율 둔화(100% → 10~30%)가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방아쇠가 되는 논리
- 국채 입찰금리가 진짜 지표다: 유통시장 금리 단기 안정과 별개로, 재무부 국채 입찰 시장의 장기물 금리가 최고치를 기록하는지 추적할 것
- CDS 프리미엄과 회사채: 오라클·스페이스X·메타의 CDS 프리미엄과 오라클 주가의 지지선, 회사채 발행 규모가 AI 사이클의 신용 경보 체계
- ROI와 순환 금융: GPU 구매자 자금 융통, GPU 담보 감가상각, 마진콜 — 엔비디아의 신용 구조 변화
- 점유율: 한국 반도체 실적 상승과 무관하게 CXMT의 D램 점유율 상승(8% → 12%)과 HBM 점유율 하락 우려가 조정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관점
- 중간선거 캘린더: 9월 미중 정상회담 — 11월 중간선거 — 11월 말 에이펙 정상회담의 세 지점이 유동성 국면의 시작과 종료선
- 주거 안정 vs 가격 안정: 부동산 대책을 평가할 때 매매가격 안정이 아니라 전월세시장 안정을 기준으로 삼는 프레임
- 장특공제 2028 문제: 한도 10억원 적용 시점이 만드는 매도 경쟁 구도와 정권 연장 가정에 따른 판단 갈림
원본 정보
- 채널: 경제 읽어주는 남자(김광석TV)
- 게시일: 2026-09-04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dus_v_hm7U
- 길이: 117분 44초
- 조회수: 211,347 (수집 시점 기준)
※ 본문의 인명·기관·수치는 유튜브 자동 자막의 음차·전사를 바탕으로 교정한 것이므로 오차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