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도대체 뭡니까?” 박정호 교수의 여의도멘션 ‘감춰진 달러사’ 일곱 번째 편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한국은행처럼 생각하면 안 되고, 일본 중앙은행처럼 생각해도 안 된다. 연준의 정체를 알려면 설립 근거인 법을 봐야 하는데, 미국 헌법 어디에도 중앙은행을 설립하자는 얘기는 없다. 중앙은행의 ‘중’자도 꺼내기 힘들 정도로 미국인들은 중앙은행을 끝까지 안 하려고 했다.
[감춰진 달러사 EP.07] 100년 전 뱅크런에 털려 유럽에 무릎 꿇던 미국의 굴욕
핵심 요약
- 헌법에도 없는 중앙은행: 미국 헌법에는 중앙은행 설립 근거도, 설립 요구도 없다. 한국은행법처럼 취지와 성격을 규정하는 법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 중앙은행 없이 1세기를 가동: 그 결과 미국은 한 세기 동안 중앙은행 없이 경제를 돌려봤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없었고, 시장은 아사리판이 됐다.
- 두 번의 시도, 두 번의 자동 폐기: 뱅크 오브 USA 같은 기관을 두 번 설립해봤지만 모두 한시법으로 시작해 자동 폐기됐다. 두 번째 폐지를 주도한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소수에게 화폐 발행 권한과 경제를 주무를 권한을 넘기는 건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했다.
- 8,370개의 화폐: 각 마을·카운티 은행이 제각각 화폐를 발행해 8,370종에 달했다. 다른 동네 화폐의 가치를 알 수 없어 거래가 안 되는 지경이었다.
- 전국은행의 탄생: 남북전쟁 이후 링컨 행정부가 전국 단위 은행들을 만들어 표준 통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민간 은행들도 참여했다.
- 뱅크런의 반복: 그래도 수확철마다 뱅크런이 터졌다. 1893년, 1895년, 1907년. 농장주들이 수확철 일당을 뽑으려 예금을 찾으면 은행에 돈이 없었다.
- 최종대부자는 유럽: 시카고도 뉴욕도 돈이 없으면 마지막엔 유럽으로 갔다. 유럽 은행들이 이자를 세게 물렸다. 그래서 미국 안에 최종대부자를 만들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상세 정리
헌법이 침묵한 이유
미국의 공공기관은 설립 근거가 법에 있다.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이 무자본 특수법인으로서 취지와 성격을 규정한다. 그런데 미국 헌법에는 중앙은행을 설립했다는 얘기도, 설립해야 한다는 요구도 없다. 간섭받기 싫어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만든 나라에서, 경제권을 누군가에게 넘기는 걸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사리판의 1세기
중앙은행 없이 한 세기를 가동해본 결과는 아사리판이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없으니 시장에 맡겼고, 시장은 혼란스러웠다. 보다 못한 미국이 두 차례 중앙은행 설립을 시도했지만, 잘될지 모르니 한시법으로 해보다가 두 번 다 자동 폐기했다.
두 번째 시도를 접은 앤드류 잭슨 대통령의 마지막 발언이 압권이다. 소수의 몇 사람에게 나라 전체의 화폐 발행 권한과 경제를 주무를 권한을 넘겨주는 건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것. 한은의 금통위원들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걸 두고 “그거 위험하다"고 생각한 셈이다.
8,370개의 화폐가 있던 나라
농업 중심 사회에서 사람들은 땅을 짊어지고 이동할 수 없었다. 각 마을·카운티의 은행이 “우리 동네 화폐는 제가 발행할 테니 그렇게 아세요"라며 돈을 찍었다. 금·은·담보 말을 맡긴 규모를 보고 적당히 조절해 발행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생긴 화폐가 8,370종에 달했다.
문제는 교환이었다. 옆 주에서 온 사람이 “우리 동네 화폐로 밥 좀 먹게 해달라"고 하면, 은행은 그 화폐를 얼마로 쳐줘야 할지 몰랐다. 발행 은행장이 난발했을지도 모르고, 흉작이면 가치도 달라진다. 검색할 수도 없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주 화폐를 얼마로 쳐줄지 몰라 거래가 안 되니 국가 전반의 경제 활력이 안 생겼다.
전국은행, 그리고 링컨
남북전쟁 이후 국가가 남북을 통일하고 체계적으로 나서서 전국 은행들을 만들었다. 마포구·영등포구 은행을 합쳐 지역을 대표하는 큰 은행을 세우듯, 민간 은행들을 설득해 합치고 표준 통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민간 은행들도 참여했다. 어차피 다른 동네 화폐를 정확히 감정만 했어도 더 부자가 됐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수확철의 뱅크런
그런데도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농번기는 수확기다. 파종은 땅 지력이 좋아 뿌리면 자라지만, 수확 타이밍을 놓치면 썩어 문드러진다. 농장주들은 수확철에 대규모 일손을 뽑고 일당을 줘야 한다. 은행에 맡긴 돈을 찾으러 가면, 은행은 예금의 대부분을 대출로 돌려놓은 상태라 돈이 없다. 지급준비율도 중앙은행이 없으니 각자 판단이었다.
한 농장주가 “은행에 돈이 없대"라고 소문내면 뱅크런이 시작된다. 전국 단위 은행을 만든 뒤에도 1893년, 1895년, 1907년에 뱅크런이 반복됐다. “이러면 누가 은행에 돈을 맡기겠느냐"는 소리가 나왔다.
마지막 형은 유럽에 있었다
돈이 모자라면 더 큰 동네로 간다. 시골 은행은 시카고로, 시카고는 뉴욕으로. 뉴욕 큰형도 돈이 없을 때가 있었고, 그럼 유럽으로 갔다. 독립해서 잘 먹고 잘 산다던 놈들이 빚도 안 갚고 왜 왔냐는 유럽 은행가들의 눈총을 받으며, 이자를 세게 물리고 또 세게 물렸다. 뱅크런이 터질 때마다 유럽 은행들이 배를 불리는 일을 반복한 것이다.
그래서 은행장들과 재무부, 대통령이 모였다. 은행들이 마음껏 빌려주고 맡기게 하려면, 돈이 모자를 때 “내가 해줄게요"라며 바로 쏴줄 최종대부자가 뒤에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유럽이 하고 있으니, 미국 안에 최종대부자를 만들자는 결론. 이렇게 연준 설립의 명분이 완성됐다.
다만 중앙은행인데 중앙은행 냄새가 안 나게, 국민들이 “얘가 다 하는 거야?“라고 묻지 않게 만드는 게 과제였다. 연준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보는 포인트
- 헌법에도 없는 중앙은행이라는 미국의 출발점
- 앤드류 잭슨의 경고와 두 번의 자동 폐기
- 8,370개 화폐 시대의 교환 불가능성
- 수확철 뱅크런의 메커니즘(1893·1895·1907)
- 최종대부자 부재 → 유럽 의존 → 연준 설립의 논리
원본 정보
- 채널: 박정호 교수의 여의도멘션
- 게시일: 2026-09-23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CSwTjpAMwk
- 길이: 약 22분 34초 · 조회수: 약 4.8만 회 (2026-09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