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 더 지으면 된다”는 처방이 통하는 시대와, 이미 집이 너무 많이 ‘소유’된 시대는 다르다. 일본은 종신고용을 전제로 임대→자가→맨션→단독으로 올라가는 주거 사다리(주택 スゴ로쿠)를 깔았고, 대만은 전쟁 피해가 적어 자가보유율 80%가 넘는 나라로 출발했다. 둘 다 한때는 중산층 안정에 기여했지만, 매물이 잠기고 표심이 집 가진 쪽에 묶이면서 다음 세대의 도심 진입이 막히는 부작용이 남았다.
모든 국민이 자가에 살면 벌어지는 무서운 현상 - 박정호 명지대 교수
핵심 요약
- 일본 주거 사다리: 종신고용·장기대출로 자가 비중을 일찍 키웠다.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집을 안 팔아 매물이 잠기고, 신규 세대의 임대·자가 진입이 어려워졌다.
- 뒤늦은 처방: 준공공 임대·역세권 고밀도 개발로 공급을 늘리려 했지만, 땅과 기회가 이미 부족한 뒤였다. 대도시 집중도 막지 못했다.
- 대만: 자가보유 80%+·보유세·거래세가 세계적으로 낮고, 재건축 인센티브도 약하다. 집 가진 유권자 비중이 세 부담·공급 확대를 정치적으로 봉쇄한다.
- 반도체 이후: TSMC 등 고소득이 도심 집값을 밀어 올리고, 청년의 목표가 ‘국립대→TSMC’로 수렴하며 양극화가 커졌다. PIR(소득 대비 집값)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언급된다.
- 교훈: 자가 확대는 사회 안정과 다음 세대 장벽을 동시에 만든다. 한 시대의 정답을 고정하지 말고 구조를 계속 수정해야 한다.
상세 정리
일본: スゴ로쿠가 만든 사다리와 잠긴 매물
일본의 패러다임은 ‘주택 スゴ로쿠’다. 인생 게임처럼 임대(공영→민간)에서 자가, 집합주택(맨션), 단독까지 단계를 설계한다. 기반은 종신고용이었다. 30~40년 직장이 보장되면 초장기 대출이 가능해지고, 자가 비중을 초반부터 끌어올릴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다. 대도시 거주자가 집을 계속 보유하니 시장에 매물이 안 나오고, 도쿄·오사카로 들어오는 세대는 임대조차 구하기 어렵다. 공공이 일부 재고를 쥐고 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여기서 나온다. 역세권 개발·준공공 임대로 대응했지만, 이미 기회가 줄어든 뒤의 처방이었다.
왜 도심 재설계가 어려운가
오래된 도시에서는 이해관계가 겹쳐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이 막힌다. 도쿄 대지진·런던 대화재처럼 ‘전소’가 사실상 도시 재설계의 문을 열어 준 사례가 대조로 등장한다. 평상시에는 도심을 못 건드리고 외곽 신도시로만 밀려나 출퇴근이 길어진다. 대도시 집중을 막지 못한 채 사다리만 깔아 두면, 사다리는 위쪽 칸이 막힌 게임이 된다.
대만: 높은 자가보유가 만든 저세율 정치
대만은 세계대전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어 한 동네에 오래 산 비중이 높고, 자가보유율이 80%를 넘는다. 정치권은 집 가진 유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보유세는 시가보다 낮은 공시 기준에 0.1%대, 거래세도 3% 미만 수준으로 거론되며, 다주택 중과·종부세형 장치도 없다. 재건축·재개발 인센티브도 약해 구시가지가 오래 남고, 대규모 신규 공급이 적극적이지 않다. 도심 집값을 눌러 신규 유입을 막는 쪽에 가깝게 결과가 굳어졌다.
반도체 성과급이 불을 지피다
1980년대 이후 전자·IT·반도체 수출 구조에서 TSMC 등 선도 기업 재직자의 성과급이 도심 주택을 사들일 구매력을 만들었다. 공급은 막혀 있고 소득만 특정 집단에 쏠리니 집값이 치솟고, 청년의 인생 목표가 국립 대만대 반도체 관련 학과→TSMC 입사로 수렴한다. 2000년 대비 최근까지 소득 대비 집값이 약 세 배 올랐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집 없는 세대”가 처음 전면에 등장한 시대라는 진단으로 에피소드가 닫힌다.
보는 포인트
- 자가 확대 = 무조건 선이라는 통념을 깨는 비교사
- 종신고용·표심·반도체 성과급이 각각 주택 수급을 왜곡하는 경로
- 공공 보유 재고·도심 밀도·세제 균형이 “다음 사다리 칸”을 여는 조건
원본 정보
- 채널: 손에잡히는경제
- 게시일: 2026-05-16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b5sc4J-j7eI
- 길이: 45분 40초 / 조회수: 약 27.5만 (수집 시점 기준)
- 출연: 박정호 명지대 교수 / 진행: 이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