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문만이 아니다. KBS 이정민 기자는 워싱턴 특파원 3년을 마치고 돌아와 책 『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냈다. 미국의 패권은 트럼프라는 한 사람의 괴짜 정책 때문에 흔들리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퇴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아니어도 미국은 무너진다. 위대한 미국은 잊어라 / 이정민 기자 (풀버전) [성공예감 별책부록]
핵심 요약
- 패권의 퇴화는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1년 바이든 정부 1년차의 희망적 전망과 달리, 3년 취재 끝에 본 것은 패권의 퇴화였다.
- 대통령 성향이 정책의 50%: 30년 경력 외교 관료의 증언. 트럼프는 그 50%를 뛰어넘으려 하지만, 나머지는 국가의 이성이다.
- 마가의 요구는 “대외 문제 신경 쓰지 마”: 해외에 나가 돈과 목숨을 쓰지 말고 우리한테 쓰라는 것. 미국 전체 여론이 점점 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 보호무역은 패권이 저물 때의 행동: 자유무역을 활짝 연 영국이 저갈 때 독일·미국을 견제하며 보호무역으로 틀었던 전례. 미국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 관세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진다: 바이든도 관세를 풀지 않았다. 철강 쿼터제 해제 요구를 3년간 거부. “미국 중심” 큰 방향은 바뀌기 어렵다.
- 동맹을 더 세게 때린 이유: 동맹은 미국에 많이 얽혀 있어 빠져나가지 못하고, 먹을 파이가 크다. 중국은 오히려 목줄을 못 잡는다.
- 한국의 카드는 조선업: 미국이 가장 급하게 필요로 하는 건 조선업. 사성장군까지 대놓고 “동맹의 조선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 중국의 전략: 정면 대결이 아니라 “살금살금”. 아프리카 관세 면제, 일대일로, 위안화 결제 확대. 미국 질서가 비는 틈을 노린다.
- 미중의 진짜 승부는 AI: 미국은 풀스택 AI를 세계 표준으로, 중국은 제조업+AI(피지컬 AI)로 양과 속도로 승부.
- 압도적 패권은 이미 끝났다: 한 번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질서가 다른 형태로 숨 가쁘게 재편되고 있다. 그 혼란은 우리가 고스란히 짊어질 몫이다.
상세 정리
워싱턴에서 본 3년
이정민 기자는 2021년 바이든 정부 1년차에 워싱턴에 도착했다. 트럼프 1기의 강경 대응 뒤라 “다시 말랑한 미국으로 돌아오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3년을 지내고 나서 본 것은 달랐다. 패권이 예전 같지 않고 점점 퇴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자기 눈에만 보인 게 아니었다. 각종 조사 결과도, 미국인들도 그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성향이 50%
정책 결정에서 대통령의 개인 성향이 얼마나 작용할까. 10년 전 고위 외교 관료에게 들은 답은 “50%”. 국가는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 같지만, 대통령의 개인 성향이 절반은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 50%를 뛰어넘으려는 사람이지만, 트럼프의 50%도 무작정이 아니다. “나는 엘리트에게 추대된 게 아니라 풀뿌리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자부심이 정책의 DNA다. 지지층에게 직접 호소되는 정책, 관세가 대표적이다.
미국인들의 관심: 국제 문제는 남의 일
미국인들의 40%는 해외에 단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다. 10%는 태어난 주를 평생 벗어나지 않는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과 달리, 미국인들은 국제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외교 문제는 남의 일, 나라가 알아서 하면 되지"였다. 그런데 그 인식이 바뀌고 있다. 패권을 신경 써야 할 때가 되니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고, 중국이라는 도전자의 존재가 느껴진다.
마가와 딜레마
마가들의 요구는 뚜렷하다. 더 이상 대외 문제에 신경 쓰지 말고, 외국에 나가는 돈과 목숨을 국내에 쓰라는 것. 그런데 미국은 오랜 패권 국가다. 어떻게 만든 패권이고 어떻게 만든 세계 질서인데, 놓치면 달러 패권 같은 과실도 잃는다. “외국에서 손을 떼고 싶지만 패권을 잃기는 싫다"는 딜레마 속에서 미국은 계속 갈등한다. 베네수엘라·쿠바 같은 미주 대륙 군사 행동과 이란 공격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행보의 이유다.
보호무역으로의 회귀는 전례가 있다
자유무역 질서가 보호무역 질서로 돌아가는 건 패권이 저물 때의 행동이다. 영국이 자유무역을 활짝 열었던 나라였는데, 저갈 때쯤 “독일과 미국이 우리가 만든 질서에 편승해 과실을 따먹는다"고 생각하며 보호무역을 틀기 시작했다. 미국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다만 완전히 망가뜨리진 않는다. 미국도 그 질서에서 떠먹을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번갈아 쓰는 “변주"다.
관세는 정권이 바뀌어도 남는다
트럼프 이후엔 어떨까. 바이든 정부가 들어올 때 각국은 “관세 좀 풀어주겠지” 기대했지만, 풀어주지 않았다. 관세 정책은 미국인을 설득하기 너무 좋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이 공짜로 누리던 혜택에 세금을 매겨 미국인 이익으로 돌린다"는 타이틀이 너무 좋다. 철강 쿼터제 해제 요구도 3년간 거부당했다. 바이든의 IRA 보조금도 결국 “미국 중심, 미국산 우대"였다. 강도의 차이는 있어도 큰 방향은 바꾸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왜 동맹을 더 세게 때렸나
트럼프의 동맹 인식은 기본적으로 “뜯어가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건으로 보면 동맹을 압박하는 게 더 쉽다. 동맹은 안보·경제적으로 미국과 깊이 얽혀 있어 빠져나가지 못한다. 한국은 2024년부터 중국을 제치고 미국이 최대 수출국이 됐다. 먹을 파이도 크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압박한다고 함부로 움직일 나라가 아니고, 희토류 같은 전략 물자로 미국의 목줄도 잡고 있다. 그래서 손쉬운 동맹을 더 강하게 압박하고 투자 요구를 했다.
한국의 카드: 조선업
관세 협상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는 조선업이었다. 미국이 가장 급하게 필요로 하는 건 조선업이다. 군함을 만들 조선소도 인력도 부족하고, 동맹의 협조 없이는 군함 건조가 어렵다는 게 군 내부에서부터 나왔다. 사성장군 출신 해군 고위 지휘관은 대놓고 “동맹의 조선업이 필요하다"고 했고, 트럼프 정부 고위직이 되어 한국 조선소를 직접 방문했다.
확장 가능한 카드는 더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방산, AI. 미국이 키우고 싶어 하는 고부가가치 전략 산업에서 한국이 줄 게 많다. “퍼주기만 하는 동맹이 아니다"라는 인식 전환이 외교의 자산이다. 거래 외교의 시대에 무슨 카드를 내밀지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미국 제조업 부흥의 계획
미국도 티셔츠·양말을 다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반도체·배터리 같은 고부가가치 전략 산업, 방산, AI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성장률을 올리면 부채도 줄고 힘도 강해진다. 문제는 첨단 산업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투자를 요구하는 거다. 그 사이 시간을 벌어줄 카드는 에너지다. LNG·석유를 팔아 질서도 지키고 돈도 벌면서 첨단 산업으로 방향을 트는 구상이다.
달러와 위안화
달러는 여전히 세다. 대체할 기축통화도 없다. 하지만 각국이 보유한 달러 비중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고, 미국은 위기 의식을 느낀다. 위안화는 미국 질서가 견고할 땐 뚫을 수 없지만, 빈틈을 노린다. 브릭스 국가들의 자국 통화 거래, 아프리카에서의 관세 면제 공세(에스와티니 제외). 트럼프 취임 직후 브릭스에 경고한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의 살금살금 전략
중국은 미국과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는다. 미국이 “본토 방어, 미주 대륙 방어, 중국 견제, 나머지는 알아서"라는 국가안보전략을 내놓자, 그 “나머지” 영역을 살금살금 넘본다. 일대일로로 들어가 인프라를 깔고, 위안화를 들이고, 군사 기지까지 세운다. 아프리카에서 상당히 진행됐고, 남미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관세 15%를 전 세계에 매길 때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관세 면제를 선언했다(대만 수교국 에스와티니만 제외). 반세기 전 미국이 원조→인프라→무기 판매→동맹으로 했던 방식과 닮았다.
일본·소련과 다른 중국
과거 미국이 꺾었던 도전자들과 중국은 다르다. 일본은 경제력은 있었지만 군사적으로 미국의 동맹이었다. 소련은 군사 강국이었지만 경제력이 부족했다. 중국은 둘 다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 기술력까지 따라오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을 공식 정부 문서에서 “유일한 경쟁자"라고 칭한다.
마지막 카드: AI
미중이 군사·경제적으로 팽팽해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나라가 사활을 거는 건 AI다. 미국의 전략은 자국 AI를 풀스택(하드웨어·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으로 동맹국과 전 세계의 표준으로 만드는 것. 돈과 군사력을 쓰지 않고 시스템으로 세계를 잡겠다는 욕심이다. 중국은 아직 미국 수준은 아니지만, 강력한 제조업과 묶은 피지컬 AI로 양과 속도로 승부한다.
아이러니도 있다. 미국 스타트업의 80%가 딥시크 같은 중국 AI를 쓴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애플도 D램 가격 때문에 중국 D램을 사고 싶어 한다. 견제하려는 정부와 수익을 좇는 기업의 엇박자다.
압도적 패권의 종료
제목은 『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지만, 기자의 진단은 “당장 무너진다"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초강대국이고 한동안 그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다만 90년대~2000년대 초반의 강한 미국, 전 세계에 돈과 공력을 들여도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여겼던 패권은 길게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한 번에 무너지지 않고, 질서가 다른 형태로 숨 가쁘게 재편되는 과정. 그 혼란과 불확실성은 우리를 비롯한 세계가 고스란히 짊어질 몫이다.
다행인 점도 있다. 후진국 시절에 보던 미국이 아니라, 선진국이 된 지금의 체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 미국의 변화를 제대로 알고 대응 방안을 미리 마련하는 게 과제다.
보는 포인트
- 대통령 성향 50% 설과 트럼프의 풀뿌리 DNA
- 마가의 “대외 문제 신경 쓰지 마"와 미국 여론의 이동
- 영국의 전례: 패권이 저물 때 보호무역으로
- 바이든도 관세를 풀지 않았다는 사실
- 동맹 압박의 논리와 중국의 다른 위치
- 조선업 카드와 고부가가치 전략 산업
- 위안화의 빈틈 공략과 중국의 살금살금 전략
- 미중 AI 승부: 풀스택 표준 vs 제조업+AI
-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더는 나오지 않는 패권
원본 정보
- 채널: 와이스트릿 - 지식과 자산의 복리효과
- 프로그램: 성공예감 별책부록
- 게시일: 2026-07-11, 길이 50:12
-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2KponuJ1Uc
- 출연: 이정민 KBS 기자, 『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저자